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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야,
엊그제 사진에서 네 얼굴을 보았다.
살이 많이 빠졌더구나.
하지만 아빠는 핼쓱해진 재호 얼굴에서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을 발견하고는 오히려 마음이 넉넉해졌단다.
바로 날카로와진 네 눈빛이지!!!

네 눈 속에서 아빠는 재호가 무엇인가를 찾았고, 깨달아가고 있다고 느꼈어.
십여일 사이에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훌쩍 커버린 우리 재호가 얼마나 늠름한 모습으로 엄마와 아빠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인지 무척 기대되는구나.

이제 막바지 행군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겠지만, 아빠의 가슴속에서 자라고 있는 재호는 오히려 많은 시련을 다 이겨낸, 꿋꿋하고 의젓한, 자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아들이란다.

재호야,
네가 없는 동안 재욱이도 널 많이 보고싶어 하더구나.
같이 있을 때는 떼도 쓰고 억지도 부리더니만, 엄마가 '형한테서 편지 왔는지 인터넷에 들어가봐야겠다'고 말씀하실 때면 먼저 쪼르르 달려가서 국토종단 사이트를 열고는 검색을 시작한단다.
며칠 전 아빠가 재욱이 한테 형이 보고싶지 않냐고 물어 봤더니, 당근 보고 싶고 또 형이 돌아오면 말도 잘 듣고 잘 지내야 겠다고 얘기를 하더구나.

불현듯 재호가 어렸을 때가 생각 나는구나.
아빠와 '떴다 떴다 비행기' 놀이를 하던 때가 너도 기억나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엽고 총명하고 사랑스럽던 아기가 어느새 의젓한 청소년이 되어서 강인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단련시키기 위해 1,500리 길을 걷고 있으니 아빠는 더욱 자랑스러울 따름이란다.

재호야,
정말 많이 보고 싶구나.
이틀 후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당당하게 엄마 아빠 앞에 나타날 네가 정말 보고싶다.
마지막 여정을 치르면서 네가 보고 느낀 것을 차분하게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렴.
그리고, 긴장이 풀어질때 쯤 되면 다치기 쉬우니까 마지막 까지 몸 조심하고.....

사랑하는 아빠가, 8월14일 석양아래 걷고 있을 재호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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