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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차를 탔더구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탓에 곤히 잠들어었겠지,
기차를 얼핏 밝혀주는 실내등에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란다. 모두들 잠든 밤기차에서 아무 말없는 나를 아무말 없이 지켜봐주는 창문속의 나, 나는 가만히 있는데 창문 속에 있는 내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질문하는 듯한 그런 기억... 삼촌에게 밤기차는 늘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차창으로 보이는 중국의 풍경은 어떨까..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으니까 시야가 한눈에 확 트이겠지. 그런 넓은 대륙을 품고 있는 나라가 우리 역사를 자기네 거라고 우기다니... 한편으로는 얼마나 부러웠으면 그런 억지를 부리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일기장을 자기 거라고 우기는 꼴이니 웃을 수 밖에...
만리장성, 그리고 사막... 이제 곧 은원이가 탐사를 할 거 같더구나. 삼촌은 만리장성과 사막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데... 은원이가 갔다오면 만리장성과 사막이 갖고 있는 묘한 관계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꾸나. 조금 힌트를 준다면... 만리장성은 중국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유적이지만, 알고보면 중국이 가장 겁이 많은 나라 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그럴까...(어쩌면 여기서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는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음)
대장님이 쓰신 보고문을 얼핏 보니, 자금성 얘기가 나오던데... 몇개의 문을 거쳐야하는 번거로움과 거대한 벽과 구조물에 비해 아주 작은 문들.
열려있는 것과 닫혀있고 가두어 놓은 것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어쩌면 삼촌의 힌트를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 하는데...
ㅋㅋ 안그래도 힘들텐데... 삼촌이 그만 너무 어려운 숙제를 내준건가?
하여간... 은원이가 만리장성을 가보는 건 안 부러운데^^, 사막을 본다는 것은 솔직히 부럽다. 삼촌이 만약 사막앞에 서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싶을까, 아니면 무슨 생각이라도 할 수나 있을까...
여행을 하다가 낯선 것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상 앞에서는 아무 것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막막하다가 살면서 문득 그것이 떠오를때... 어쩌면 여행은 그런 것에서 진정한 의미를 전해주는 거 같다.
몇년 전 어느 사람을 만나 대화 중에 문득 그 사람의 눈가가 젖어드는 것을 보았단다. 대화 중에 사막 얘기를 했었는데, 나는 사전이나 사진에서 본 사막을 얘기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자신이 여행 중에 보았던 사막을 얘기하고 있더구나. 그 사람의 눈가가 젖어들고 눈은 아련히 허공에 머무는데, 그 때 그 사람의 눈을 보면서 삼촌도 사막을 한 번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지.
이제 그 사막 앞에 은원이가 선다는 생각을 하니... 몇년전의 기억이지만 문득 부러움과 함께 떠오르는구나.

말이 너무 길어졌나^^. 에구에구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은원이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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