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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이 왜 이렇게 죄스러울까, 산아.

by 허 산이 집에서 posted Jul 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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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집에는 지금 엄마아빠뿐이야. 산이도 누나도 모두 제 갈 길로 가버려서 너희들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구나.보고싶고, 궁금하고, 걱정스럽고. 아니, 산이는 자-알 있는데 엄마가 괜히 걱정 안달하고 있는게 아닐까.산아, 빨리 적응토록 하여라. 같은 조 대원들하고도 빨리 친숙해 지도록 해야겠지.땡볕에 걷는 게 제일 힘들겠지. 그러나 즐거운 일도 있을거야. 밥 먹을 때 어떻게 해서 먹을까.잠을 잘 때는 어디서 어떻게 해서 잘까. 이제는 가방이 좀 가벼워졌을까.이 곳에 보냈다고 아직 엄마아빠를 원망하고 있을까. 어떤 형들과, 누나들과 인연이 되었을까.어느 지방에서 왔을까.산아, 너무나 깊은 인연이란다. 끝까지 좋은 만남되도록 노력하여라.산이에게는 재혁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어 엄마는 너무너무 기쁘단다. 재혁이 편지를 받아보고 뜻밖에 기뻐할 산이를 생각해 보면 그래도 안심이된다.산아, 힘내. 벌써 5일째야. 이제 5일째가 아니라.하루하루 아름다운 제주도, 가 보고 싶었던 제주도가 가까워지고 있단다.이런 생각하면서 괴로운 행군 이겨내자.저 따가운 땡볕이,저 뜨거운 태양이 너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구나.엄마는 잠시라도 편히 쉴 수가 없다. 너에 대한 죄스러움이 느껴져서.산이가 어떤 생각하며 걷고 있을지 제일 걱정스럽고 궁금하다. 빨리 즐거움을 찾아라.참, 밥 맛있게 먹니? 꿀맛이겠구나. 많이 먹어. 발에 물집은 생기지 않았을까. 걷는 걸 무척 싫어 한 산이었는데. 힘들고 괴롭겠지.그러나 산아, 극복해야돼.아빠는 산이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할아버지도 산이를 아주 자랑스러워 하시지. 산이 얘기만 나와도 할아버지께서는 마냥 즐거워 하시지. 성엽이, 정엽이 형들도 못한 일을 산이가 제일 어린 나이에 하고 있으니까.기특하다, 장하다,대견하다 내 아들아.얼굴에 썬크림 바르니? 약은 꼬박꼬박 먹고 있니? 밤에 모기약은 어떻게 하니? 밤에도 행군을 한다하니 헤드랜턴 쓴 산이 모습이 귀엽게 그려지네. 얼굴이 얼마나 탔을까. 8월 8일 경복궁에서 우리 산이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아직도 어리고어린 우리집 막내 아들. 엄마아빠보다도 더 힘든 일을 해내다니.공부 1등 하는 아이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될거야.장담한다,이 엄마는 결코 우리 산이가 힘들어도 끝까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누나는 지금쯤 캠프장에서 외국 아이들하고 지내고 있겠지. 아직은 아무런 연락이 없다.누나도 네 마음처럼 가족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리울거야.참자,참아야겠지.엄마아빠도 그리움을 참아야겠지.눈물일랑 걷어치우고 씩씩한, 장한 우리 아들만 생각해야겠지.산, 잘 지내. 아빠는 컴맹이잖아.    그리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