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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이제 너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by 허산이 집에서 posted Jul 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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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드디어 너희 대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게 되었구나. 오늘 첫날이라서 그런지 한결 같이 경복궁에서 만나요. 그러고는 끝이야. 산아, 넌 엄마에게 할 말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짧은 시간에 많은 말 할 수 있도록 해야 해. 엄마는 너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다.그리고 힘 없는 목소리로 말 하지마. 씩씩한 목소리로 엄마 걱정 안 하도록 해라. 이제 즐겁지 않니?아직 힘들겠지만  이제 대원들하고도 친해져서 그런대로 적응 되어졌을거야. 즐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지내거라. 벌써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땡볕에 행군 하는 것보다 야간 행군이 더 나을테지.저녁 먹고 또 행군이 남아 있겠지. 잠시 휴식하는 그 순간이 너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겠지. 실컨 쉬고 싶겠지. 방학 때 집에서 편하게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면서 놀 수 있는데 이게 무슨 고생이람 이렇게 원망하고 후회하며 낙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소중한 시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너는 지금 아주 값진 경험을 하고 있으며 어느누구 보다도 후회없는 시간을 만들고 있는 거란다. 기나긴  끝없이 느껴지는 지겨운 행군, 다리 아프고 짐은 무겁고 날씨는 덥고 최고의 악조건에서 넌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니? 생각해 봤니? 아빠가 왜 보냈을까. 산아, 모든 잡념 떨쳐버리고 그 환경 속에 빨리 적응하여 대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만들어라. 지금까지도  여러가지 재미난 일들이 많아겠지. 산이도 그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을까.산아, 공주 고모도 산이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 왔더라. 며칠 전에 공주 지나갔다 그러니까 고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혼났네. 지금도 고모는 너가 어디쯤 가고있는지 알면 산이 만나러 가겠대. 근데 산아, 엄마도 가보고 싶고 아빠도 가보고 싶지만 가도 널 만날 수 없단다. 만나게 해 주지 않는대.그러면 산이도 마음이 약해지고 부모님도 마음이 약해져서 이때까지 한 고생이 허사가 된다고 그러는구나. 엄마아빠는 시간을 내서 산이 보러 가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되었구나. 산아,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마. 엄마도 하루종일 산이와 함께하고 있어.아빠도 마찬가지야. 산아, 아빠는 큰일이야. 아직까지 컴퓨터를 하지 못하니 너에게 글도 보낼 수 없고 말이야. 엄마 적은 글 뒤에서 구경하고 있고 재혁이 쓴 글 구경이나 하고 있고 . 아빠도 하고 싶은 얘기 많을거야. 산이는 아빠가 얘기 안 해도 아빠마음을 다 이해하고 있겠지.산이가 언제쯤 전화방송 차례가 될 지. 아빠에게 하고픈 얘기도 준비해 두어라. 그러면 아빠도 무척 기뻐하실거야. 산아, 이제 힘들어 하지말고 여유를 찾도록 해야겠지. 참, 낮에 대욱이 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8월 1일되면 우리 옆라인 1층에 사는 형아 집에 놀러 온대. 그때 너랑 함께 놀고 싶다고 그랬는데 엄마가 산이는 지금 국토대장정을 떠났다고 했어. 대욱이도 너에게 글을 띄우기로 했단다.산아,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것 같구나. 맜있게 잘 먹고 있겠지. 반찬은 어떤걸까. 누가 밥을 해주니? 저녁 먹은 후 충분히 휴식하여 야간 행군에 지장이 없도록 해라. 모기에 많이 물러서 다리가 또 상처투성이 아닐까. 다리에 피가 나고 가렵고 정신 못 차리겠구나. 부디 건강하고 잘 자고 잘 먹고 씩씩하게 잘 지내거라. 산아, 또 만나자. 이렇게라도 산이와 얘기 나눌 수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산아, 외로워 하지마. 엄마가 항상 함께 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