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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아! 고마워.삐뚠 글씨 더 좋아

by 김종임 posted Aug 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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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아!
보고 싶다.
드디어 우리 아들 엽서가 날라오다.
삐뚠 글씨의 우리 아들 엽서에 이 엄마 현관에서 엉~
아들아!
정말로 사랑하는 내 아들아!
오늘은 광주에 입성했니?
얼마나 더울꼬?
그래 공주 넘어가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대장님이 말씀하시던데 잠깐 쉬는 그 꿀맛같은 휴식시간에 엄마에게 글을 쓰다니...
이 엄마 감동 또 감동..
아들아! 하루에 32킬로 정도 즉 80리길을 걷고 있구나.
옛날 엄마의 통학거리가 왕복 8킬로 였거든. 그렇담 우리 아들은 그에 10배나 걷고 있구나.
어깨는 얼마나 아프니?
물집은 괜찮니?
힘들단 말 대신에 "잘 다녀오고 살 5킬로그램 뺴고 온다고?" 매일 걱정하는 이 엄마 위로할 줄도 아는우리 아들.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지금 옆에 있으면 뽀뽀 하고 싶다. 쭉~

아들아! 우리 아들은 체력적으로 튼튼하니까 같은 조의 대원이 힘들어 하면 도와줄 수 있지?
아들아! 우리 아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밝은 아이니까 니 어려움을 즐길 수 있지?
아들아!
모든 대원이 다 힘들고 지금의 이 어려움은 피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즐겨봐.
1. 길가의 코스모스를 보면서 벌써 가을이 오려나보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저녁을 그려봐
2. 들녁의 파릇한 벼를 보면서 올해는 우리나라 모두 풍작을 이루겠구나.
3. 과수원의 복숭아 사과가 탐스럽게 열렸거들랑 '아! 올해는 과알값이 싸서 과일 실컷 먹겠구나'
4. 저녁이 오거든 '벌써 하루가 가고 이제 6일 밖에 안 남았구나'

아들!
민국이는 먼나라 이웃나라 책을 많이 보았지?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하겠지?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여러 문화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배우렴.

자랑스런 우리 아들!
발의 물집은 괜찮은 거니? 사타구니 쓰라리진 않니?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전에 어디 아프진 않는지 잘 살펴보거라. 그리고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나쁘거든 대장님께 말씀드리고 약을 먹고 자도록 해라. 응!
이번 행군을 통해 매 몸은 내가. 매 물건은 내가책임져야 함을 배웠을 줄 안다.

자랑스런 우리 아들!
우유가 쌓여있다. 지금
산에 다녀올 때 민국이가 했던 말 " 엄마! 갈증날 때 시원한 우유 한잔 마시면 얼마나 상쾌한 줄 아세요?" 했지. 그래서 우리 아들 돌아오는 7일날까지는 우유 배달하지 말랬다.
8일날 우유 받아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해놓을께. 오늘도 잘자고...
음성 사서함 남길때 꼭 " 엄마 민국인데요." 라고 해줘. 우리 아들인지 알도록.. 응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