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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입은 듯한 얼굴들.산이는 왜 안 보여.

by 허산이 집에서 posted Aug 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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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넌 어디에 그렇게 꼭꼭 숨어 있니? 차라리 너의 모습 안 보는 게 낫겠다. 몇 날 며칠을 세수도 못하고 땡볕에 그을린 그 모습들이 더욱 마음 아프게 한다. 진짜 산이 얼굴 못 알아 보는 것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한순간 들지만,산이 얼굴이 땡볕에 익은 게 아닐까. 너무 혹독한 행군임을 알겠구나. 그렇게 그렇게 힘들게 고생들 했구나. 아무리 엄마가 아렇게 말한들 너희들 고생 제대로 알까.

산아, 진짜 미안하다. 너에게 사전 준비도 없이 그냥 떠나 보낸 게 무척이나 가슴에 걸리는구나. 너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행군이었는데.고생 많았다. 너 평생에 이런 고생 또 하겠니. 다음엔 마음의 준비라도 각오라도 하고 가면 이 만큼 덜 괴롭겠지. 어린 나이에 엄마아빠도 겪지 못한 고생을 했다.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산아, 오늘 밤도 이미 깊어간다. 이제 야간 행군은 없겠지. 지옥 같은 행군, 떠올리고 싶지 않은 행군일테지. 푹 쉬어라. 어느만큼 쉴 수 있을까. 오히려 쉬는게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산아, 내일 저녁이면 인천으로 온다는데 예정대로 될까? 걱정스럽다. 태풍 얘기가 들리고 바람도 부는게 배가 또 묶이는게 아닐까.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 곳 소식이 무척 궁금하다.  제주도에서는 차로 여행을 한다고 들었는데 더 이상의 행군은 없었으면 ... 

바람도 비도 내일만 좀 비켜가지. 이제 좀 여행다운 여행 하려는데 웬 심술이람. 산아, 내일만 지나면 엄마는 아침 일찍 산이 만나러 서울 간다. 엄마 마음이 벌써 들뜬다. 산이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기를 바라면서.산이 얼굴에 까맣게 수 놓은 주근깨가 안 보이면 어떻게 하지.그게 바로 우리 산이임을 증명하는건데.

산아, 산이 모습도 엉망일테지. 세수도 목욕도 옷 갈아 입는 것조차 귀찮고 괴로웠을테지. 비상 식량 때문에 짐이 계속 무거워겠구나.  여러가지로 산이에게는 무척 힘든 행군이었다. 산아,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해 보고 싶니? 엄마는 마음껏 풀어 주고 싶구나. 그러나 이제는 너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테지.

산아, 오늘 하루도 넘어간다. 집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힘내자. 가슴아프게 기다리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