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1.22 철새따라] 작은 물병 하나, 큰 배낭에 몸을 싣고.

by 탐험 posted Jan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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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둑어둑한 새벽 6시 40분에 기상하였습니다. 어제 일찍 잔 덕에 기상 소리도 듣기전에 깨어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닥친 난관 하나. 침낭 개기. 어제 처음 써보는 침낭이라 어떻게 개는지 알 수 없어서 세로로 개었다가 가로로 개었다가 결국 대장님들께 도움을 요청해봅니다. 자신들이 할 때는 안되더니 대장님들이 도와줄때는 1분도 채 안걸리니 아이들의 눈이 똥그래 졌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반듯하게 잘 갤 수 있겠죠? 당연히 따뜻한 국과 함께 맛있는 아침밥도 든든히 먹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몸이 뻐근한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가뿐한 몸으로 오늘의 행군을 위해 힘차게 준비를 해봅니다.

어제의 잠깐 걸은 행군으로 숙영지에서 김수로 왕릉까지 한걸음에 갈 수 있었습니다. 역시 적응이 너무 너무 빠른 아이들덕에 대장님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리 걷게 되었습니다. 오늘 김해의 햇빛이 너무 따스해서 그런지 해설 선생님께서 밖에서 설명해주셔도 똘망똘망하게 아이들이 설명도 잘 들었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 남는 설명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하나같이 다들 순장(왕이 죽었을때 신하 또는 시녀를 함께 묻는 것)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없다고 입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가 그 옛날 가야시대에 어떻게 인도와 교류를 해서 인도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그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더니 고등학생 아이가 그건 별자리를 찾아서 배를 타고 어쩌고 저쩌고.. 아이들과 함께 걷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의 지식은 무궁무진 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수 배워야겠는 걸요? ^_^

김수로왕릉을 배경으로 사진도 찰칵 찍고 이런저런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걸으니 어느덧 김해 국립박물관에 도착해있었습니다.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등등 듣도 보도 못한 가야의 종류에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옛날의 도자기들이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을까? 철기문화의 화살촉을 보며 아..맞으면 진짜 아프겠다.. 금장식을 보며 우와 금이다 엄마 가져다 주면 좋아하겠다.. 등등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호기심 천국입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기 전 잠깐의 휴식타임에서 잠이 오는 아이들의 눈이 번쩍뜨이고, 비염알레르기 있는 아이들의 코가 뻥 뚫리는 총대장님의 말씀이 있었으니, “얘들아~ 대대별로 단체줄넘기해서 제일 많이 줄넘기하는 팀은 오늘 가방 빼준다!!” 팀의 협동이 제일 중요한데 아이들 아직도 팀 결속이 덜 된 탓인가요? 1.2.3대대는 한 개 하는것도 실패하고 4대대가 단체줄넘기 3개를 성공하여 가방을 빼게 되었지요! 결과에 상관없이 줄넘기를 하는 과정에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 모습에 괜히 대장님들도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4대대는 밥을 들이키듯 마시고, 나머지 1,2,3대대는 밥을 넘기는 것인지, 아쉬움을 목으로 넘기는 것인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또 다시 오후 행군을 시작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부산에서 김해로 넘어가는데 도로행군이었습니다. 덤프트럭이 쌩쌩 달리는 위험한 구간이었는데 경사까지 높아 아이들에게는 많이 힘들게 느껴진 행군이었습니다. 위험한 구간인만큼 대장님들은 빨리 걸어 이 위험한 도로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했는데 어린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였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잘 해내주었고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 들었을때 아까 힘든 구간에서도 잘 걸어주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이들은 더 힘내어 잘 걸었습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대장님의 칭찬은 우리 대원들을 행군하게 만드는가봅니다. ^_^

하늘위로 날아다니는 기러기떼들을 보며 한적한 김해의 시골길을 걸으니 마치 이 세상에 우리들만 걷는듯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으니 노란 바람개비가 저희들을 반겨주었습니다. 바람개비가 하나보이더니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노란천막이 보이며 봉하마을에 들어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서거하신지 몇 해가 지나도 추모객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조용히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스스로가 차분해지면서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행군 힘들다고 찡찡되던 아이들은 온데간데 없고 차분한 마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님 묘비 앞에서 묵념하였습니다. 우리아이들 마음씨가 너무너무 이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견스러운 아이들에게 봉하마을 찰보리빵이 간식으로 나갔습니다. 부드럽고 쫀득쫀득하며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 행군에 지쳐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희 대장들에게도 엔돌핀이 되어준 찰보리빵 짱! ^_^**

그렇게 힘을 내고!!!! 10여분가량 걸리는 숙영지까지 가뿐하게 도착하고는 오늘 흘린 땀을 개운하게 샤워로 씻어 내고 먹는 저녁은 꿀맛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해도 밥 조금만 주세요를 연신 반복하던 아이들은 오늘은 대장님 조금만 더 주세요 더요~ 더 많이요를 외치는데 오늘에서야 밥의 소중함을 느꼈나봅니다. 내일은 취사대장님께서 더 많이 밥을 하셔야겠는데요?

아~오늘도 이렇게 뿌듯한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90년만에 낙동강도 얼어붙게 한 올해의 강추위지만 오늘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춥지 않게 따뜻하게 걸을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힘들다고 찡찡되지만 대장님들의 ‘밀착!’ 이라는 말 한마디에 잘 걷는 이 아이들. 우리 대원들 내일도 파이팅입니다. 대장님들도 파이팅. 집에서 아이들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시는 부모님들도 파이팅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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