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0105-3 우리들의 심장 소리가 들리시나요 ?

by 탐험 posted Jan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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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떠오르려 준비하기도 전에 우리들의 기상시간은 다가왔습니다. 한창 꿈나라에서 뛰어놀고 있을 시간에 기상이라니, 오늘은 기상시간이 참 괴롭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자던 자리에서 애벌레 마냥 꿈틀 꿈틀 되던 아이들의 입에서 ‘조금만 더 자면 안 돼요?’하며 대장님들께 응석을 부려봅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바로 한라산 등반!!! 제주도에 도착하는 동시에 아이들은 언제 한라산을 가냐며 묻곤 했습니다. 아마도 책에서만 보던 한라산을, 학교에서만 배우던 백록담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한라산이 얼마나 높은지,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힘이든지 생각은 하지 못 했던 것일까요? ^- ^;;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세수를 하러 들러 갔습니다. 그 사이 대장님들은 한라산 등반을 위해 아이들이 잊은 장비는 없는지, 필요한 것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 해 보았습니다. 그리곤 세안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복장을 살폈습니다. 한라산엔 눈이 와 있던 상태였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날씨에 춥지 않게 단단히 준비해야 했으니까요. 자신의 배낭에 간단한 장비들과 추울 때 입을 옷을 챙겨 아침밥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집에서 떠나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적게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침밥도 푸짐하게 담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반찬을 골고루 먹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번 국토대장정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숙영지에서 한라산으로 향한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잠시나마 눈을 붙였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하얀 한라산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내렸던 하얀 눈은 한라산을 포근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선 우리들은 대장님을 따라 준비 체조를 했습니다. 체조를 하던 아이들의 표정에선 왠지 모를 비장함이 가득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한라산 정상까지 뛰어가 보겠다며 으레 허풍도 부려 봅니다. 눈이 온 터라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출발~ 아이들의 출발은 씩씩하고 생기 가득했습니다. 산에 쌓인 눈을 보고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곳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허리만큼이나 쌓인 눈을 보지 못한 아이들도 많았나 봅니다. 뽀드득 뽀드득, 밟을 때 마다 소리가 나는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게, 차가운 공기는 청량하리만큼 아이들의 첫 등산을 반겨주었습니다.

우리들의 첫 번째 목적지는 진달래대피소. 처음엔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서 설경을 눈에, 마음에 담던 아이들이 점점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사는 가팔라지고 점점 미끄러지는 발에 아이들의 힘은 부쳐만 갔습니다. 헉헉헉헉. 아이들의 귀엔 자신의 숨소리만 거칠게 들렸습니다. 점점 뒤처지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대장님들은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습니다. 산에 오를수록 바람은 차갑게 불었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심장은 뜨겁게 쿵쾅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뜨거운 심장과 숨소리로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점차 아이들은 다시금 발에 힘을 주어 걸었습니다. 나무에도 풀에도 핀 눈꽃들을 보며 아이들의 마음에도 새하얀 눈꽃이 피었습니다. 드디어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한 아이들은 오늘 아침 받았던 간식들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간식 때문에 신난 아이들은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것을 금세 잊어버리고 또 다시 왁자지껄 웃습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대장님, 힘들어서 못 가겠어요.’하면서 늦장을 부리던 아이들이 간식 하나로 금세 태권v가 된걸 보니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봅니다.

달달한 간식과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한 번 굳게 마음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정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봅니다. 이제 조금은 등산하는 것이 익숙해졌는지 혼자서도 잘 걷는 아이들이 제법 많아 보였습니다. 작은 아이들은 큰 아이들이 이끌고, 앞에 가는 아이들을 밀어주며 이제는 서로를 돕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정상에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눈보라가 아이들을 휘청 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는 심장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이젠 거친 숨소리 대신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 소리만이 아이들을 걷게 했습니다. 눈이 오는 한라산 정상에 선 우리 아이들은 그 순간을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눈이 오는 한라산은 우리에게 하얀 추억을 남겼지만 아쉽게도 백록담을 아이들 눈으로 볼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 함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우리들이 멋진 한라산 등반을 마쳤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 기특하게도 한라산 정상을 함께 걸어 올랐습니다. 대장님들은 아이들의 힘찬 발걸음이 앞으로 우리들의 국토대장정의 첫 걸음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힘든 순간에도 함께임을 잊지 않고 우리들의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