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종주탐사

한강종주 마지막날: 한강에 추억을 남기고...

by 탐험 posted Aug 15,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대장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보고싶을 꺼에요!"

오늘은 집에 가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신나고 기운이 넘쳤습니다. 평소엔 말수가 적은 아이도 집에 간다며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아침을 먹은 대원들은 그동안 먹었던 식단을 떠올리며 수다를 떨기도 했는데, 행사 내내 대원들을 괴롭혔던 마늘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이어졌습니다. 평소엔 있어도 잘 먹지 않는 반찬들을 이제 대원들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들에게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봤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가면 잠을 푹 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행군이 긴 날엔 오전 5시 반에 기상을 하기도 했고, 하루가 마무리되기 전까진 계속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피곤해 하는 대원들이 많았습니다. 잠을 자고 나서는 패스트푸드가 가장 먹고 싶다고 많이 말을 했는데, 사실 집에 돌아가서 바로 기름기 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 식단에 맞춰 먹던 식습관 때문에 탈이 날수 있어서 주의해야합니다.

한강 반포지구까지 버스로 이동한 대원들은 해단식 장소까지 약 8km를 걸어갔습니다. 날씨도 선선했고, 집에 간다는 마음에 신이 난 대원들은 거의 날다시피 걸었습니다. 어제 번호 교환을 못한 대원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물으며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기도 했고, 부모님이 행여나 오지 않으실까 걱정하며 그동안의 추억을 회상하는 대원들도 있었습니다.

해단식 장소에 도착한 아이들은 플랜카드를 들고 반겨주시는 부모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씩씩하게 해단식을 진행했습니다. 전날 정성스럽게 진심을 담아 쓴 편지 전달식을 하고, 완주를 했다는 수료증을 지급받고, 단체사진을 찍고 해단식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난 어머니들께서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고, 과묵하게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아버지도 계셨습니다. 동생 발이 걱정되어 발 걱정부터 하는 언니와 다짜고짜 꽃을 안기고 사진부터 찍어대는 형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68명의 대원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8박 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시는 안 오겠다고 말했는데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 힘들었던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고, 너무 즐거웠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며 겨울방학 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대원도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원들이 보여준 마지막 변화된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8박 9일동안 대장님들의 지도 아래 큰 사고 없이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 장하고 멋있는 68명의 대원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신 19명의 대장님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아이들 걱정에 잠 못 이루시고 부족하게 올라오는 사진과 일지만을 기다리며 비가 오면 비 맞을까 해가 뜨면 햇볕에 타지 않을까 잠을 잘 잘까 걱정하신 아이들을 한강종주에 보내신 용기 있는 부모님들 모두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족하게나마 대원들의 마음을 진실 되게 전달하고자 저의 대원시절을 돌이켜보며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행사는 저에게도 대원시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매일 밤(때로는 새벽)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그리울 것 같은 가슴 따뜻한 하루입니다.
사무실에서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31차 한강종주 일지대장 염태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