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0115-13 땅, 산, 물 그리고 길

by 탐험 posted Jan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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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바람이 매우 차가웠습니다. 차디찬 바람이 살에 닿아 아려옵니다. 전국적으로 추워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추워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습니다. 그 동안 행군을 하면서 춥다 춥다 했던 날씨들도 잘 이겨냈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장갑을 끼고도, 따뜻한 물을 마셔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문경새재를 넘어야하는 우리 아이들이 걱정됐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문경새재를 가는 날이 하필 이런 날씨라니요. 미룰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평소 보다 아이들 방한의 신경을 쓰는 대장님들의 아침 손길이 바빴습니다. 숙영지 밖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부터 온 몸에 한기가 쫘~악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습니다. 조금 더 옷을 여미고, 배낭을 바짝 당겨 보고, 모자를 눌러 쓰고는 출발합니다.

우리아이들이 잠을 잤던 숙영지에서 문경새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었습니다. 바람과 맞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문경새재 앞에 이르렀습니다. 조금 일찍이 도착한 우리들은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옛길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옛길 박물관은 말 그대로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걸어 다녔던 길과 그러한 길을 다녔던 사람들의 역사를 간직해온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옛 길 탐사를 주제로 걷고 있는 데에 있어 딱 맞는 교재라 생각했습니다. 그곳에는 영남대로의 옛 모습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방방곳곳의 옛 길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행군하며 걸어온 지역과 방향을 그곳에 있는 옛 지도로 확인하고 나니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여행이 실감이 났나 봅니다. 한참을 지도와 자료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신기해했습니다. 한참을 옛 길에 빠져 있다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문경새재의 앞에선 우리들은 긴장했습니다. 솔직히 대장님들 중에도 문경새재를 처음 가는 대장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추운 날에 얼마나 고생을 할지, 산이 가파를까, 험할까 등등.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문경새재는 경상북도에서 충청북도로 넘어가는 경계의 고개인데 사극의 야외 세트장과 다양한 계곡 그리고 지난 옛 길 속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들을 남겨 놓아 볼거리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제 1관문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제 3관문까지는 연대별로 오리엔티어링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힘든 코스에서는 아이들끼리 즐기며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연대별로 자신들이 만든 연대 깃발을 들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씩씩해 보였습니다. 생각 보다 길도 매끄럽게 잘되어 있어 올라가는 데에 있어 불편한 것은 없었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산바람과 경사진 길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거침없이 올라갔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대장님들의 말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쉽게 올라가는 듯 보였습니다. 마음 맞는 연대 친구들과 걷고 있고 한라산 등반 때와는 다르게 행군으로 다져놓은 체력이 뒷받침하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_  ^  

날씨는 춥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 걸음 한걸음 마다 주변 펼쳐진 멋진 풍경들은 마음 깊이 담아두었습니다. 점점 길이 경사지면서 조금은 숨이 차올랐지만 더욱 힘을 내어 함께 올랐습니다. 부대장님께서 정해 놓은 시간 보다 일찍 올라 온 우리 아이들을 보고 대장님들은 놀랐습니다. 점점 걷는 속도도, 걷는 거리수도 늘어나니 이 보다 더 건강하단 증거가 어디있을까요. 제 3관문에 도착한 우리들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선에서 또 다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또 다시 세찬 바람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더욱 앞으로 나아 갈 뿐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점심을 먹으면서 따뜻한 국으로, 따뜻한 쉼터에서 차가워진 몸을 녹였습니다. 아이들은 문경새재를 넘어가면서 배고팠는지 점심을 먹는데 정신없었습니다. 많이 추워진 날씨 탓에 고생했을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먹은 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쉬던 아이들은 찬 몸이 녹았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숙영지는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숙영지에 들어온 우리는 특별한 만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닭백숙! 우리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닭을 삶아 주신 취사 대장사님의 감사로 아이들은 오랜만에 닭고기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연대별로 닭고기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는 또 다시 바로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못 먹을 줄 알았던 저녁밥을 처음 밥을 먹는 것처럼 밥 한 톨 남김없이 비우는 것이 아니겠어요?! 모든 대장님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 아이들이 식성에 다시 한 번 놀랬습니다.

일찍이 도착해서 배까지 두둑이 채운 우리 귀여운 돼지들은 오늘도 우리 길을 열심히 걸었습니다. 박물관에서 본 좋은 글귀가 있었습니다. ‘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요, 물을 만나면 나루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길들을 우리 아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다녔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옛 길을 지금의 아이들이 걸으며, 되뇌며 담아냈습니다. 조금 더 추운 날씨였지만 고생한 아이들의 담아냄이 헛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길을 거니는 아이들을 전하는 일지: 김은진 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