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영남대로

090110_9 우리 하나되어

by 탐험 posted Jan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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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나되어

어느덧 국토종단의 일정도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구를 지나 구미로 향하는 날입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싸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대구 시내가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버스를 탄다는 말에 제주도에서는 버스를 타면 지겨워하던 아이들이 오늘은 얼굴이 환해집니다. 버스에 짐을 싣고 대구 시내를 통과하여 ‘다부동 전적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했던 버스에서 내리자 추위가 더 많이 느껴지는지 아이들은 옷깃을 여밉니다. 아이들이 혹여나 동상에 걸릴까 모자로 귀도 덮고, 장갑도 끼웠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 합니다.

다부동 전적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해 일어난 ‘다부동 전투’를 기념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사수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다시 북쪽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쟁 당시의 참혹한 모습을 알 수는 없었지만 남아있는 유물들과 설명들로 조금이나마 당시 상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형 탱크, 미사일, 전투기, 총기류 등을 보며 매우 신기해합니다. 남자대원들의 입에서는 갖가지 전쟁과 역사에 대한 정보들이 술술 흘러 나옵니다. 여자 대원들도 처음 보는 총기류 등의 전시물들을 보면서 흥미로워 했습니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본 우리들은 기념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다음 장소로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잠시 화장실도 다녀 올 겸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을 장소로 향합니다. 오늘 점심은 아이들이 직접 라면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으로 준비 되었습니다. 물과 냄비, 라면만을 제공하고 대원들과 대장들이 직접 불을 피워 끓여먹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대원들도 어느새 대장님들의 지시에 따라 하나 둘 아궁이를 만들 돌멩이도 찾아오고 불을 지필 지푸라기나 땔감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불이 잘 안 붙자 대장님들과 대원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부채질을 해댑니다. 한쪽 켠에서는 총대장님과 지원대장님들도 불 피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끓여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두 대대 씩 물이 끓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대원과 대장들이 손수 끓인 라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손쉽게 5분이면 끓여먹을 수 있던 라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모두가 하나되어 직접 불을 피워 끓여 먹는 라면은 그 어떤 라면의 맛에 비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대원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라면과 준비해간 밥을 라면국물에 말아 순식간에 냄비 바닥이 보이도록 헤치웁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대원들은 다시 행군을 시작합니다. 중간에 우리는 ‘서울 나드리길’에 들렸습니다. 이 길은 옛날에 영남지역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입니다. 입신양명하여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이 길을 수없이 오르내렸던 선비들의 기운을 아이들이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서울 나드리길을 지나 우리는 숙영지로 가기위해 속도를 냈습니다. 대원들의 배낭을 빼주자 아이들은 날아갈듯 행군을 합니다. 숙영지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온 대원들의 모습에서 첫날의 샤방샤방함이 보입니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메뉴는 대장님들표 특제 수제 돈까스입니다. 하지만 맛있는 메뉴를 그냥 먹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팔에 막대기를 고정시켜 마주앉은 대원들이 서로 밥을 먹여주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불평을 하면 어쩌나 하였던 생각은 대장들의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한입씩 먹여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가졌습니다. 평소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저녁시간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탐험일지를 작성한 후 아이들은 잠자리에 듭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리움이 생겨납니다. 오늘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내일도 우리 대원들이 가뿐하게 행군하기를 바랍니다. 작은영웅들, 잘자요~

이상 인터넷일지에 안하영대장이었습니다^^

* 1월 10일 탐험동영상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