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국토대장정

090804-8_한여름날의 추억들

by 탐험연맹 posted Aug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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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전날 밤 아이들은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같은 방 친구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대장, 대원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행사 기간 동안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느라 자는 것도 잊어버린 듯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고 아이들은 어제 미뤄진 인성교육 때문에 찌뿌둥하게 일어나 씻는둥 마는둥 하면서 강당으로 향했다. 어제 레크리에이션을 맡았던 강사님의 지도로 아이들은 ‘나의 성장나무’를 그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대별로 모여 앉은 대원들은 성장나무의 열매와 줄기, 뿌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짧게 설명을 들은 후 전지 한 장씩을 돌려받았다. 하얗게 비워진 종이에 앞으로 원하는 것을 사과 열매로 그려 넣고 현재의 걸림돌인 줄기, 나를 키운 과거의 원동력인 뿌리를 차근차근 그려나갔다. 열매에 그려진 아이들의 꿈은 의사, 고고학자, 예술가를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준 뿌리에는 부모님이 가장 많이 쓰여 있었고 한 대대에는 이번 국토대장정이 적혀있기도 하였다.

1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다함께 크레파스로 자신의 모습을 차곡차곡 그려보고서 식당에서 준비된 아침밥을 먹었다. 아직까지 다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익숙하게 밥을 싹싹 긁어먹고 배낭을 메고 운동화 끈을 조이면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행군을 준비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행군을 할 적마다 기가 막히게 우리들을 지켜주었던 날씨가 오늘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시험을 주려는 것인지 이른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이 아이들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평소보다 야간 늦은 9시에 의왕에서 출발한 대원들은 부모님이 계신 인덕원을 향해 쏜살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에 달라붙어 어깨가 부서질 정도로 나를 짓누르던 가방이 오늘만큼은 있는 듯 없는 듯 가벼웁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행군이 그 실체를 보여주었던 둘째 날, 아이들은 10분마다 언제 쉬냐고 질문 공세를 해댄 것과 달리 오늘은 1시간을 넘게 걸어도 이정도 쯤은 자신 있다는 듯 생기를 잃지 않았다.

인덕원이 코앞에 다가왔을 즈음 다리 밑의 개울가에서 우리들은 어쩐지 시원섭섭한 마지막 휴식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대장들의 인사시간이 다가왔다. 대장님들은 한 명씩 아이들의 눈을 마주쳐가며 대원들에게 못다한 말을 하면서 그동안 더 친해지지 못해서,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뜨거운 여름철의 국토대장정을 떠올리며 앞으로 꿋꿋하게 잘 커나가길, 인연이 닿으면 꼭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아쉬운 인사를 마쳤다.

하지만 이별의 슬픔도 잠시 남은 행군 일정을 마치기 위해 아이들은 인덕원까지 남은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인덕원에 가까이 가자 드문드문 부모님과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인덕원 주차장에 이르러선 대원들에게 얼음물을 가져다주고 배낭을 대신 들어주는 응원군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대원들은 아늑한 집을 떠나 힘들 때마다 떠올렸던 가족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에 화색을 되찾았다.

든든한 응원부대와 함께 아이들은 대장정의 첫 출발지이자 마지막 목적지인 과천 시청에 얼른 도착하기 위해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날쌘 몸놀림으로 걸어갔다. 말로 크게 내색하진 않아도 다들 가족들이 자신을 응원하러 나와 줘서 정말 고맙고 기뻐하는 눈치였다. 마침내 과천시청이 점점 다가오자 아이들의 마음은 풍선같이 부풀어 올랐다.

12시를 갓 넘겨 힘차게 과천 시청 강당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가족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늠름하게 해단식 행사에 참여하였다. 부시장님의 축하 인사와 총대장님의 경과 보고가 이어진 뒤 발에 땀나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여러 대장들의 마지막 인사가 이루어졌다. 대원들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과천시 국토대장정 완주를 기념하는 메달을 목에 걸고서 들뜬 마음으로 시청 밖을 나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박 8일 간의 일정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편식하는 아이들은 군말 없이 싫어하는 반찬도 남기지 않고 먹고,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힘든 행군을 하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시금 부여잡고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이 행사가 끝난 후에도 2009년의 여름날, 8일 동안 쌓았던 추억들을 잊지 않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커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과천까지 힘차게 달려온 79명의 대원들과 대장단 모두 정말 축하드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상 사진 최선희, 일지 우한솔 대장이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