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국토대장정

090802-6_경계를 넘어서

by 탐험 posted Aug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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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숙영지인 마을회관에서는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마다 빽빽하게 침낭 안에서 누에고치처럼 쏙 들어가 있던 아이들은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앞마당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식사를 하였다. 오늘의 반찬 중에는 마늘장아찌가 있어 편식하는 아이들은 벌써부터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대장정 일정도 6일차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배식을 받을 때엔 잠깐 투정을 부리다가도 잔반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시끌벅적한 아침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지리산을 넘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행군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의 행군들은 거의 날씨의 도움을 받아 일사병으로 고생하거나 쓰러지는 아이 없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도 무슨 하늘의 조화인지 햇볕은 여전히 뜨겁긴 했지만 우려했던 만큼 날씨가 뜨겁지는 않았다. 경남 함양을 지나면서 국도변의 마을 정자에서 잠깐 쉰 뒤 구불구불 돌고 도는 길을 지나 두 번째 휴식지까지 잽싸게 도착하였다.

폭포수처럼 물이 콸콸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길 중턱에 앉아 아이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혔다. 모두들 계곡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는 찰나 깜짝 간식이 도착하였다.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항상 등장했던 초코파이와 음료수가 우리에게 배달되었다. 어제의 오리엔티어링에서 1,2,3등을 차지했던 대대들은 1박스가 덤으로 주어지는 영광을 안았다.  

집에서는 몰랐던 초코파이의 달콤한 맛에 빠져들었던 것도 잠시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돌아왔다. 마천중학교 운동장에서 얼음을 동동 띄운 오이냉국과 고소한 짜장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그간의 피로와 배고픔을 금세 잊어버렸다. 점심을 먹은 후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친구끼리 게임도 하고, 낮잠도 자면서 뜨거운 태양을 피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3시가 되어 다시 출발을 하였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경상남도와 전라북도를 나누는 도경계를 지나가게 된 것이다. 경남 통영에서 시작해 함양에 오면서 경남을 가로질러 온 우리는 드디어 과천으로 가는 중간 길목인 전라도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한 대원은 지도를 보며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이 온 줄 몰랐다며 믿기지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전라북도를 가리키는 표지판과 함께 대대별로 기념사진을 찍고서 더울 때면 생각이 간절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길을 걸었다.

가로수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행군을 하면서 아이들은 노래도 흥얼거리고 서로 가방 들어주기 게임에 불꽃 튄 경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휴가철이라 차량 통행이  많아 갓길에 밀착하여 걷는 동안 달리는 차 속에서 힘내라, 장하다 하는 응원 소리가 빗발치게 들려왔다. 아이들은 다시금 응원에 힘을 얻고 오늘의 숙영지인 산내초등학교에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왔다.

한쪽에 짐을 정리한 후 저녁밥이 되길 기다리며 아이들은 하나씩 텐트를 붙잡고 아무런 도움 없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같은 텐트를 쓸 대원들과 상의를 해가며 이리저리 척척 끼워 맞추고 모양새를 잡은 결과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아이들은 텐트를 완성했다. 텐트를 친 후 찝찝한 몸을 씻기 위해 대원들에게는 샤워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여자 대원들의 경우 샤워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 비해 샤워 시간은 5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 세수처럼 짧은 시간동안 허겁지겁 씻고서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돌아가면서 5명씩 열기구를 타보는 체험을 진행하였다. 용이 불을 내뿜는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이 열기구를 움직이면서 아이들은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갔다. 비록 고정된 위치에서 높이만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마치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을 타는 것처럼 긴장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간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탄성을 지르며 주변의 풍경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흥미진진한 열기구 체험을 마친 뒤 날씨가 어둑어둑해지자 모두들 별이 반짝이는 운동장에 모여 앉아 별자리 탐사를 시작하였다. 탐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뿌연 구름에 하늘이 가려 둥두실 떠있는 달의 표면만 천체망원경으로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분화구처럼 움푹움푹 패여있는 달의 표면을 보면서 마치 자기 대대의 대장님 피부와 똑같다는 말을 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점점 구름이 흩어지고 하늘이 맑아지면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이 우리의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별자리 탐사를 진행하는 선생님께서 여름의 별자리를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킬 때마다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곤 하였다.

낮 동안에는 도경계를 뛰어넘고, 밤에는 하늘의 경계를 넘어 아름다운 별빛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의미 있는 대장정의 하루를 마감하였다.

이상 사진 최선희, 일지 우한솔 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