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영남대로

090118_17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중했던 시간들...

by 탐험 posted Jan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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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 당신과 나의 귀중했던 시간들...

오늘이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아침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왜인지 오늘도 행군을 하고 다같이 숙영지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원들이 부모님들에게 돌아가야 할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먹는 아침식사입니다. 대원들은 오늘 점심에 부모님과 맛있는 것을 먹을 것이라며 아침을 조금씩만 달라고 합니다. 언제나 ‘더 주세요’를 외치던 대원들이 조금만 달라고 하니 어색하기도하고 벌써 떠날 생각을 한다는게 섭섭하기도 합니다.  

아침을 먹고 대장단들이 대원들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해단식을 할 때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1대대부터 9대대까지의 대대장님들과 여러 지원대장님들은 마지막으로 대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풀어냅니다.

그동안 고생했다,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만 가져가길 바란다, 아픈 대원들은 빨리 나아라, 더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등등 많은 말들이 나옵니다. 마지막 인사 도중에 결국 목이 메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대장님들도 속속 나타납니다. 대장님들의 눈물에 대원들도 한명, 두명 눈물을 글썽입니다.

마지막 인사까지 마무리를 짓고 해단식이 열릴 경복궁으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고 행군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영남대로 코스가 아닌 호남대로 코스이지만 과천에서 서울로 넘어갈 때 남태령 고개를 넘어갑니다.

남태령 고개에 올라 대대별 사진을 찍고 드디어 서울로 넘어왔습니다(!) 이곳에서 대원들과 대장단들에게 태극기가 지급되었습니다. 태극기를 들고 걷는 대원들을 보자 진짜 행사가 끝나가는구나 싶습니다.

서울에서는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서울역에서 슬프게도 불에 타 소실되어버린 숭례문을 지나고, 시청광장을 지나 청계천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대대별 사진을 촬영하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개별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부모님들께서 기다리고 있는 경복궁으로 떠납니다.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당당해집니다. 저 멀리서 대원들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와 꽃다발과 카메라를 들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장에라도 부모님과 만나게 해주고 싶지만 아직 국토종단이 다 마쳐진 것이 아니기에, 긴장을 풀 수 없기에 만남을 통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해단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16박 17일 동안 자식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부모님들께 큰절을 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원들은 부모님들을 찾는다고 열심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립니다. 큰절을 올리는 대원들의 모습에서 한층 더 의젓해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큰절을 올린 다음 대원들이 직접 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전달식을 가졌습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꼭 껴안은 대원들과 부모님들은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편지전달식을 마치고 국토종단 내내 대원들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졌던 대장단 소개가 이어지고 대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였습니다. 45명의 대원들의 대표로 2명의 대원이 나가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우수대원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16박 17일 혹은 13박 14일동안 타 대원의 모범이 되었던 대원 5명에게 우수대원상이 주어졌습니다. 물론 이 5명의 대원뿐만 아니라 함께 국토종단을 뛰었던 45명의 작은영웅들 모두 우수대원입니다.

이후 단체사진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45명의 작은영웅들과 그들과 함께했던 21명의 대장단, 그리고 작은영웅들을 낳아주시고 믿고 기다려주신 고마운 부모님들과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해단식을 마쳤습니다. 이제는 정말 대원들과 헤어질 시간입니다. 대원들은 각자의 부모님을 찾아 떠나갑니다. 대장님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는 대원들, 대원끼리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대원들, 다음에 만날 약속을 잡는 대원들로 행사장은 북적입니다.

이젠 한창 저녁행군을 하고 있을 시간에 대원들은 부모님과 따뜻한 집에서 쉬고 있을 것입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내고 있겠지요. 더 이상 침낭이 아닌 푹신한 침대에서 잠이 들것입니다. 어쩌면 내일 아침 행군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침 일찍 눈을 뜰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이번 국토종단을 통해 대원들 모두 좀 더 단단하게 자라났으면 합니다. 많은 것을 주고 싶었지만 언제나 행사가 끝나고 나면 대원들에게서 받은 것이 더 많은 것만 같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져가고 행군에 적응해가고 대장들에게 정을 주는 아이들을 자기자식처럼 돌봐왔던 대장단들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행군을 우리는 결국 이루어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이겨낼 수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대원들은 느꼈을 것입니다.

16박 17일 혹은 13박14일 동안 많은 것을 함께하였던 우리 작은영웅들의 가슴 속에 이번 경험이 추운겨울을 녹인 뜨거운 경험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2009년 새해를 기분 좋은 인연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해준 45명의 작은영웅들(!) 모두모두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상 인터넷일지에 안하영대장이었습니다^^

* 1월 18일 탐험동영상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