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지중해

080122-03 수니온곶/aegina 석양의 크루즈, 그 낭만에 잠기다

by 탐험 posted Jan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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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30분, 조금 일찍 시작한 하루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제보다도 더 깨끗한 하늘이다. 하지만, 내일은 흐리고 오후 늦게 비가 온단다. 우중충한 지중해 본연의 날씨다. 일기예보.. 믿어줘야 한다.

수니온곶은 맑은 날 보아야 제격이다. 환상의 아폴론 코스트 드라이브를 비를 맞으면서 달릴 수는 없는 일. 내일 보기로 한 수니온곶까지 오늘 다 둘러보기로 했다.
시간은 여유가 있다. 원래 도착한 날 오전일정을 살짝 앞당겨 진행한 결과다. 행운이다. 유럽최고의 드라이브코스라는 독일의 로맨틱가도 안부럽다. 대원들, 달리는 버스 차창밖으로 셔터를 눌러대기 여념없다. 다들 사진작가가 된 듯 하다.

수니온곶에서 바라본 에게해의 청명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맑은 기운을 대원들에게 전해준다. 그와 대조적으로 우뚝서있는 흰 기둥들.. 포세이돈신전의 유허는 세월의 무상함이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 씩씩한 대원들에게는... 수천년된 놀이터일 뿐이다. ^^ 멋진 하늘과 깨끗한 바다, 그리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대원들, 애기나 섬으로 가기 위해 피레우스항으로 이동한다.

다시 아폴론 코스트 드라이브를 되짚어 한참을 달린 버스는 피레우스 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헬레닉씨웨이라는 크루즈급 페리에 승선한다. 애기나섬까지는 약 한시간 거리. 대원들은 선실과 갑판을 오가며 지중해의 푸른 바람을 만끽한다.

애기나섬에서는 대원들이 기다리던 자율점심시간을 갖는다. 삼삼오오 조를 나누어 직접 식당을 찾는다.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하며 현지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음식과 문화를 느낀다. 대원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미션은 푸짐하고 저렴하게 먹을 것! 대원들 만족도 200% 급상승했다. ^^
달랑 기둥하나만 남아있는 아폴론신전과 그 주변 해변을 산책한 대원들은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돌아가는 배에 서둘러 오른다.
에게해가 붉게 불타오른다. 그 빛을 받아 대원들 얼굴도 붉게 물든다. 그리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테세우스의 눈에 담겼었을 석양이다. 비록 사랑하는 아리아드네를 홀로 두고 떠나야했기에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른 용맹함마저 슬픔속에 잠기긴 했지만... 우리 대원들의 눈에 담긴 석양은 아름답기만 하다.

아테네에 도착한 대원들은 오랜만에 한국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현지식만 먹어도 좋아요!”를 외치던 대원들, 속았다. 불고기 리필만 네 번, 그 대단한 식성으로 이번엔 한식당 주인을 놀래킨다.  

모니터앞에서 소식 한 줄, 사진 한 장 기다리는 부모님마음이 사지로 보낸 아들을 걱정하며 수니온 곶 정상, 포세이돈 신전앞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아이게우스왕의 마음과 다르지 않겠지요? 좀 오버인가요? ^^ 대원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디 아픈곳도, 그 흔한 물갈이하는 대원들도 없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내일은 터키로 이동하게 됩니다.  터키의 인터넷 사정이 어떨지 잘 몰라 일지를 매일 올려드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양해말씀 드립니다.
발간 석양에 아름답게 물든 흰 돛을 마음속에 달고 있는 홍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