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국토대장정

080803 - 7 짧았지만 영원할 우리들의 대장정

by 탐험 posted Aug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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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오늘이 왔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내일 부모님을 만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사이다를 먹을 수 있다.

어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열기구 탑승을 하지 못해서 아침 일찍 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남원 체육공원의 잔디밭으로 모였다. 서서히 부풀어 가는 열기구를 보면서 모두 도로시가 되는 꿈에 부풀었다. 바람을 채우는 데 시간이 꽤 걸렸기에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지금껏 난 무엇을 위해 걸어왔을까? 대장정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을까?
후회와 아쉬움, 즐거움과 추억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참 힘들었던 대장정이었지만 결코 잊지 못할 대장정이기도 했다.

열기구에 바람이 모두 채워지자 차례차례 줄을 서서 열기구를 타기 시작했다. 높이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하늘을 날아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지상에서와 달랐다. 무엇인가 시원하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7박 8일의 일정동안 좋았던 기억은 마음속에 모두 남기고 나빴던 기억만 내 던지고 땅으로 다시 내려왔다.

아침 식사 후 짐을 싸서 서둘러 광한루(廣寒樓)로 향했다.
광한루에서 잠깐 동안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구경하라고 시간을 줬는데, 대원 모두가 구경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서로의 연락처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사진 대장님께 부탁해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우리네 기억보다 더 오랫동안 이 순간의 추억을 간직해 주길 바라면서... <트랙과 바람과 별과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기억은 날 것이고 추억은 발효된 것이다...”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푹 익은 추억이 되어 미소 짓게 할 것이리라…….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이 순간을 기억하겠지? 어차피 헤어짐이 예정된 만남이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 아프고 가슴 시린 일인 것 같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대원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 차 있었다.

광한루를 나와서 춘향 테마 파크로 향했다.
춘향이와 관련된 여러 전시자료를 구경하였다. 여자 대원들은 아마도 춘향이가 되는 꿈을 잠시나마 꾸었을 것이다. 춘향전을 잠시 봤는데, 마침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와서 시문을 짓는 장면이었다.
금준미주金樽米酒는 천인혈千人血이오,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漏落時 민루락民漏落이오,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금술 통에 담긴 좋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눈물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높더라.
백성을 진정으로 위하는 목민관을 꿈꾸고 있을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향토 박물관을 나왔다.

춘향 테마 파크 앞에 분수가 있었는데, 물이 반복적으로 솟아올랐다가 멈추는 분수였다. 발에 물집이 가득해도 장난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많은 대원들이 분수가 멈출 때 분수대 위에서 뛰어다니고 분수가 다시 솟아오르면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분수 앞에서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분수 가로지르기를 성공한 대원들을 환호로 맞이하면서 잠깐 동안 시원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남원 구경을 끝내고, 의왕으로 출발했다.
통영, 고성, 사천, 진주, 산청, 함양, 남원을 거쳐 드디어 경기도로 입성!
6박 7일간의 긴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마침내 우리네 집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집에 갈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해서 일까? 아직은 어리기 만한 대원들의 마음이 이미 집을 향해 있어서일까? 우왕좌왕하고 어수선한 모습에 대장님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단체기합을 받고 행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안전사고의 발생을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장님들의 따끔한 질책을 받고서야 분위기가 잠잠해진다. 행사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해냈다는 성취감, 사랑하는 가족들을 곧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을 어느 누가 모르겠는가? 대장단 역시 풀리는 긴장을 애써 부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 대원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그럴수록 사고 발생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그 몫 역시 자제력이 약한 대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번의 행사 경험을 가진 대장들이 한시도 방심할 수 없음은 그 때문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어둑어둑해진다. 마지막날의 밤의 그렇게 저물어가고, 마지막으로 텐트를 쳤다. 대장님들께 배운 텐트 치는 방법을 숙지하고 텐트를 능숙하게 치는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마지막 저녁식사는 고기파티다. “더 주세요, 조금만 더 주세요.”를 외치는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원들과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에 대장단의 얼굴에 숙연함이 감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음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그 이별이 가슴아픔임을... 모를 리 없다.

식사를 마치고 인성교육 시간이 되었다. 둘이서 등을 맞대고 서로의 힘에 의지해 일어서는
‘둘이서 한마음’, 성장나무 만들기 ‘무럭무럭 자라라’ 등 많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대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외교관을 꿈꾸는 이도 있고, 교육자의 길을 꿈꾸는 이도 있고,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대원도 있다. 앞으로 많은 날들을 살아가며 여러 번 넘어지고 좌절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많은 대장님들이 진심으로 바랐다.

마지막날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여럿이서 좁은 텐트에서 엉겨붙어 자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불편하기도 하고, 땀냄새도 많이 났겠지만, 먼 훗날 작은 미소지을 수 있음에 우리는 만족할 수 있다. 79명의 대원과 16명 대장단의 7박 8일간의 만남은 내일이면 안녕이다. 함께 울고, 웃었던 좋은 기억만 가지고 여러날을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서로를 오랫동안 기억하길....2008년의 불볕더위의 한가운데서 함께 했던 시간이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다. To be continued.......

이상 탐험일지 담당 김지연 대장입니다.
마지막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원들의 지도를 위해 힘쓰실 대장단을 위해 따뜻한 격려의 말씀 부탁드리면서 내일 과천시청에서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