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국토대장정

060803-2 햇볕과 배낭과 그리고, 지치는 나

by 본부 posted Aug 04,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2006년 8월 3일 목요일


  아직 풀잎에 새벽이슬을 머금은 시각 아침 5시. 텐트를 빠져나와 바다 저 지평선 끝까지 아스라이 펼쳐진 연 하늘빛 하늘을 보며 우리 대원들이 커다란 하품을 합니다. 오늘은 평소 기상시간인 6시에 비해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났으니 대원들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그러나 대장들이 대원들을 한 시간 일찍 깨운 이유가 있겠죠?^^ 바로 대원들에게 평소에 보기 힘든 해수욕장의 일출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눈가의 눈곱을 떼고 바다를 향해 앉아 묵묵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 이렇게 일출을 볼 정도의 여유가 있고 생활이 풍족함을 대원들이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침에 일출을 보고 난 우리들. 너무 이른 아침이라 밥을 먹지 않은 채 근처의 촛대바위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정말 촛대같이 생긴 바위에 바다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정말 신기하였답니다. 거기서 대대별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배고픈 아이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며 우리의 거처로 향하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오늘의 행군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대원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거처야 될 관문. 대원과 배낭이 일심동체가 되어 구리까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걸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자, 오늘의 행군을 시작해 볼까요?^^


  버스를 탈 기회가 이제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 타는 게 거의 마지막이 될 테지요. 버스를 타고 가서 우리가 내린 곳은 ‘어서 오십시오. 아리랑의 고장, 정선입니다.’ 라는 비석이 세워져있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대대별 사진을 찍은 우리들은 배낭을 맨 첫 행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휴식도 취하고 대장 여러 명이 대원들의 옆에 붙어 같이 걸어가면서 대원들을 보호하며 또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행군하였답니다.


  점심시간. 초등학교에서 수박화채와 함께 시원한 점심을 먹은 대원들의 표정엔 만족의 웃음에 한가득 피어오릅니다. 그러나 오늘, 이른 아침 기상에 거의 처음 해보는 강행군. 그리고 방금 식사를 끝내서 식곤증까지 겹친 대원들에게 오후의 폭염을 견디며 행군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얼마간의 오침시간을 가졌습니다. 피곤한 대원들은 자고 그렇지 않은 대원들은 서로의 친목도모를 위한 대화를 하며 그렇게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속 쉴 수는 없겠죠? 다시 행군을 위해 모두 억지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임계까지 가는 여정. 오전의 행군까지 합해 약 15~20km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처음이라 대원들에겐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일지 모르나 익숙해지면 생각 이상으로 잘 걷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말 약속할 수 있습니다.


  임계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두 배낭을 내리고 하루의 피곤을 풉니다. 오늘의 숙소는 텐트가 아니라 지은 지 2~3년 된 거대한 체육관. 저도 국토대장정을 하며 이렇게 좋은 숙소는 처음 봤습니다. 샤워시설완비, 헬스기구완비, 정말 거대한 체육관, 넘쳐나는 전기, 쾌적하고 벌레 하나 없는 잠자리 등 정말 국토대장정하는 사람들이 자기엔 조금은 과분한 곳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무더위 속에서 고생한 대원들에겐 이 정도의 대우는 당연한 것 아닐까요?^^


  대원들은 이번엔 먼저 일지를 씁니다. 오늘 하루의 솔직한 기분이 모여 있는 대원들의 소중한 수첩. 지금 적은 내용을 훗날 보게 된다면 그들의 기분이 어떨까요? 정말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국토대장정. 서로 고난을 공유하며, 서로 배낭을 들어주며, 서로 매일 붙어 지내며 새로운 인간관계의 따뜻한 끈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에게 이번 행사가 진심으로 그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디딤돌이 되길 기대합니다.


  일지를 쓰고 깨끗이 샤워를 합니다. 그리고 영양 만점의 저녁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오늘 물집 나거나 땀띠가 난 대원들은 의료 대장들이 모두 꼼꼼히 살피며 치료를 해 줍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가네요.^^ 정말 하루하루가 새롭고 설렘이 넘칩니다. 평온히 자는 대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일 어느 한 명도 이 평온한 얼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을 바라며 오늘의 일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