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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요?

by 김군이... posted Jan 23, 2002
저도 아래 학생이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갑니다.
저는 작년에 유럽을 다녀왔는데 그 무지막지했던 고생(?)이 머릿속에 생각나서 올해에도 친구랑 또 갈라고 그랬습니다.
사정상 못갔지만...
몇 년 후 대학생이 되면 친구들이랑 꼭 같이 배낭여행 갈 겁니다.
한번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거든요.
부모님들께서 현지가이드를 얘기하시는데 그건 괌이나 싸이판에서처럼 여유부리면서 다니는 과소비여행이지 하루에 거의 한나라를 다녀야되는 배낭여행에서 어떻게 매일 현지가이드가나와 당장 열차시간도 일정치 않은데 기다리고 찾아가고 오고 나라마다 전화가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아마 가이드랑 만나서 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더 길어질 것입니다.
당장 유럽에서는 밥먹듯하는 열차파업이다 열차내에서 마약검문이다해서 열차가 제시간에 도착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서울에서 부산가듯이 열차가 몇분마다 있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번에도 송대장님이 설명을 해주신 것 같은데 그 야외에서 열심히 목청터져라 설명하셔도 앞에서 열심히 적고 듣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주머니에 손 집에 넣고 별것도 아닌데 이거 볼라고 여기까지 걸어서오냐며 투덜거리는 애들도 있습니다.
여행은 강요해서 느끼고 강요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애들이 생각나지도 않는 장소를 열차안에서 남의 일지 열심히 배끼고 밥더달라고 화내는 애들이죠. 우리들 먹일려고 어떻게 밥을 지어놓으셨는지는 생각도 안해보고...
설마 '우리아이가'라고 생각하시겠죠?
한국에서 매일 같은 사람들과 마주하다가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 유럽에서의 아이들의 대화는 부모님께서도 상상하실 수 없으실 겁니다.
재미삼아 저지르는 실수에 경찰서까지 간 애들도 있었거든요.
저도 사실 말썽이 많았거든요.
그만큼 탈없이 우리가 한국에 와 있다는건 다 대장님들의 밤낮없는 보살핌이였기 때문입니다.
침대칸이 아니라고 밤새 잠안자고 날새우는 애들 있었겠습니까?
대장님들께서 짐지키시느라 애들돌보느라 잠도 못 주무시고 우리를 지켜주신 분들이십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는 이유로 투덜대는 건 정말 고생을 덜해서 하는 소리입니다.
작년에는 북유럽 스웨덴에서 야밤에 열차를 놓쳐서 대합실에서 쫓겨나 밤새 아무도 없는 도시를 걸어 도심공원에서 대장님들하고 눈싸움 한적도 있습니다.
모두 잠들어 있는 스웨덴 사람들은 알 수도 없었겠죠? 이런게 다 추억이라며 말씀하시는 대장님들께 화가나기도 했었는데...
처음엔 너무 힘들어 감정적으로 눈싸움을 했지만 나중에 모두들 웃으면서 평생가도 이런 경험은 해보지 못할거다라며 눈밭에 누워 웃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유럽예찬론자가 된 것은 다 이런 추억들이 너무 그립고 또 처음에 하찮게 생각했던 그 장소가 책속에 교과서에 나온다는 신기함(?)때문이였습니다.
우리반 애들중에 나만이 직접 본 그 것들....
그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억에서 지워질까봐 자료집을 만들게되고 직접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케이블방송의 유럽여행채널을 녹화해 놓을 정도로...
유럽의 명소들은 거의 비슷한 건물과 성당들과 집들이기 때문에 순간에는 내가 어떤 위대한 건물이나 건축을 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없습니다.
당장 춥고 배고픈 생각밖에 안나죠...
저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새록새록 기억나는 그 때의 고생들과 친구들과 대장님들이 너무 그리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 대장님들이 아니였으면 우리는 집에서 이렇게 컴키고 앉아서 글을 올릴 수나 있겠습니까?
차라리 유치원생들은 엄마말만 들으니깐 데리고 다니기 편합니다.
머리 조금컸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들 몇십명을 데리고 이곳 저곳 다니실 수 있는 분이 또 계시겠습니까?
아마 항의글만 올리고 계시는 분들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겁니다.
저도 첨에 다녀와선 눈흘기며 엄마랑 대화도 안했습니다.
유럽여행시켜준다고 해놓고 고생시킬라고 그 먼데까지 보냈나 싶어서...
밥은 저녁에만 먹었지만 아침과 점심은 빵과 우유 과일이나 그런 것들로 3끼를 먹었습니다.피자도 먹었지만...
풍족하게 먹고 싶은 것 사먹고 보고 싶은 것 다보면서 다닌다면 아마 5개국도 못보고 왔을 것입니다.
아니면 몇 달은 여행을 해야 될지도...
그렇다고 굶고 울면서 다녔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충분하고도 넘치는 휴식시간에 먹고 싶은 햄버거 다 사먹고 다닙니다.
유럽에 떡볶기가 있습니까 순대가 있습니까 천지에 널린게 핫도그랑 빵이랑 햄버거입니다.
유럽사람들은 그게 식사입니다.
그나라의 고유의 특이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다니면서 문화탐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단체배낭여행이 있을까요?
그곳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처럼 음식은 격식 갖추며 식당이나 실내에서만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침 점심을 길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가 와도 우산 안쓰고 다닙니다.
그냥 비오면 비맞고 다니고 눈오면 눈맞고 다닙니다.
춥다고 칭칭 껴입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우리도 유럽에 갔으니 그 나라 법에 따라서 다닌겁니다.
유별난 거지여행을 하고 온 것이 아닙니다.
물론 역전에서 대장님들께서 밥을 지으시고 나눠 먹기는 했을 겁니다.
그건 우리를 위한 배려였지 아이들 데리고가 햄버거 사먹이는게 더 편했을겁니다.
애들이 집에가서 투덜대는건 유럽역사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유명한 장소만이 해외문화탐사가 아닙니다.
유럽은 도시전체가 문화유산이고 유적지들입니다.
유명한 장소라고해서 따로 모셔놓고 어디 박물관이나 문지기가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오줌누는 소년상만 보더라도 그냥 작은 골목안에 사람들다니는 길가에 있습니다.
보고 느끼고 눈도장 찍는 것이 중요하지 많이 적고 머릿속에 집어 넣는 것은 다녀와서 해야될 자신의 과제인 것입니다.
단지 다리아프고 편하게 다니지 못해서입니다.
열차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나서 였을 것입니다.
남는 시간에 멀뚱멀뚱 있기보다는 쳐다보는 외국인하고 대화하고 지나온 여행에 대한 일지정리하는 시간과 상점 들어가서 외국인하고 대화 나누기게임이라던가 유레일 패스보는 법이나 앞으로 갈 나라들의 정보 알아보기등 할 것들이 수없이 많지 않습니까?
대장님들이 꼼작마하고 밧줄로 묶어 두진 않았을 것 아닙니까?
대장님들이 데리고 어디를 가서 무슨 설명을 해주는 것만이 체험이고 탐사입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그 가격에 몇일동안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한꺼번에 보고 올 수 있는 여행이나 여행사가 있습니까?
이동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그 나라를 돌려면 그만큼의 기다림의 시간은 감수해야 된다는거죠.)
한국에서 일본갈때도 인천공항까지 가서 기다렸다가 짐붙이고 비행기 타는 시간 또 도착해서 숙소까지가는 시간이면 하루가 걸립니다. 배를 타고 가도 부산까지 열차 타고 가서 배안에서 기다렸다가 출발하는데는 거의 반나절이상 소요됩니다.
부산에서도 일본 들어가는 카멜리아호라든지 큰 배들도 해상이 안 좋으면 배 안뜹니다.
무리하게 운항하다가 사고나면 일본 못가서 후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있겠습니까?
참고로 저는 일본탐사도 다녀왔거든요.
그만큼 여러나라를 볼 욕심이라면 그 만큼 이동시간과 예상치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합니다.
차라리 북유럽 몇나라만 보던지 아님 휴양지만을 보기 위한 여행이던지 테마여행을 원하신거라면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등따스고 배불리다니는 여행은 어른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여행입니다.
고생스럽고 시행착오를 겪는 여행이야말로 여행의 참다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지 왜 열차대합실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나라면 대장님들보다 현명한 여행을 앞으로 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대장님들의 준비성을 의심하는 나본단 나름대로 현실에 부딪히고 여행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되새겨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바퀴반'을 보면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을 찾을려는 것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어려서 세상을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첫 고생스러움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프면 배고픈데로 추우면 추운데로 새로운 길을 찾고 떠나는 설레임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봅니다.
지나온 여행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후회스러움만을 탓하는 사람보다는 우리부모님들도 보지 못해 알 수 없는 유럽의 문화를 정리하고 대장님들도 미쳐 몰랐던 사실과 전설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그냥 주절주절 나열해 봅니다.
새학년에 올라가려는 지금 우리는 세나라를 못보고와서 억울하다는 생각보단 아홉나라를 보고 온 큰 마음과 눈으로 남보다 새로운 길로 두려움없이 돌진해 나가야 할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