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명문대학 탐방 대원들 보시게~

by 박한길대장 posted Aug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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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박한길 대장이야. 모두들 주말 푹 쉬었어? 이제 내일부터 바로 학교로 가야 하는 대원들도 있을 테고, 아직 한두주 남은 대원들도 있을 테고. 그렇게 또 한 학기가 시작되겠구나.

 이번 행사에 대해서 좀 길게 이야기 할게. 다 끝나고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아무래도 내가 트러블메이커-_-였으니까, 내 이야기를 해야겠지. 난 초중고생 시절에 한국탐험연맹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몇번 참여하고, 대학 입학하고 군 입대하기 전까지 국토순례 행사 대장 2번, 군제대 후 바로 지금 여기 대학탐방 행사를 하게 됐어.
 초중고생 시절에 참석한 건 별 의미가 없고, 그 뒤의 경험들이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쳐서, 난 이번 행사 시작하기 전까지는 철썩같이 행사가 잘 되고 안되고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일정을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너희 기분, 행사 분위기, 감정의 앙금 같은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오히려 이런걸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그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거라 생각했으니까)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려서라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려고 한 거지.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끌어다 하면서, '나도 한 몫은 하고 있다' 같은 만족감을 느끼려고 애썼어. 사진쓰고 일지 올리는 일을 다 하려고 하기도 하고, 짐도 다 메고 들고 다니려고 하고, 아니 뭐라도 해야 할 일 있으면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이런거? 이렇게 써놓고 보면 참 부질없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었어.
 그런데 역으로 승재대장은 할 일을 나한테 다 빼앗긴 것 같아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나는 내가 일을 하면 일의 부담이 주는 만큼 대원들과의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승재대장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실 딱 잘라서 그렇게까지 생각한 건 아닌데 내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기 겁나니까 애써 외면하고 덮어 놓고 넘어가 버린거지. 그래서 승재대장이 많이 힘들어 했고.

 이렇게 저렇게 감정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 나 쪽에서 너희들을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지. 그래서 행사가 전반적으로 힘들어졌어. 프랑스로 넘어갈때 쯤에는 뭔가 잘 안풀리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 진행되서 행사가 끝날 때쯤, 스위스에서 일정을 진행할 때 쯤엔 모든게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도망치고만 싶었고. 너희한테 참 미안했어. 너희는 비싼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여기까지 온 건데, 나 때문에 너희가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으니까. 
 그 뒤로는? 승재대장이랑 행사하면서 자주 이야기 했고. 유람선 타면서 누구한테 많이 혼나기도 하고. 대원 몇명하고 길게 이야기 해 보기도 하고. 이런 말도 생각나고. 한번 돌이켜 잘 생각해 보라고. 내가 맞다는 확신이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이런 일들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게 됐지.

 그때부터는 나름대로는 노력을 했는데...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너희들에겐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을거야. 갑자기 끝날 때 되니까 친한척 하는걸로 느껴지기도 했을 테고. 지금 생각해 보면, 헤어지는 순간까지 내가 말 할 기회는 많이 있었는데, 너희들에게 이렇게 제대로 사과한 적은 없구나. 너희에게 슬쩍 다가가려고 하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자존심이 뭔지 이런저런 변명거리들을 갖다 대면서 피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사과할게. 정말 미안하다. 내 잘못들이 너희들을 힘들게 했어.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제대로 사과하고 싶구나.

 두번 국토순례 행사에서 대장을 하면서, 끝나면 항상 더 잘하지 못한게 아쉬웠고, 그러면서 배워 나갔는데, 이번에 정말 크게 배운다. 대원들을,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 너희들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그리고 이렇게 가르쳐 줘서 고맙다. 내가 이런 말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행사는 끝났어도 연락은 계속 됐으면 좋겠다. 새삼스레 아는 척 해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 주면 고맙겠고.




 이 글 쓰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어... 쓰면서 어지러웠던 머릿속을 한번 정리하기도 했고. 
 사실 이것보다 중고교 학습, 대학진학에 대해 한번 겪어본 입장에서 뭐라도 조언을 주고 싶어서 길게 쓴 게 있는데 그걸 같이 올리면 너무 길어서 아무도 안 읽을 테니까 첨부파일로 올릴게. 시간 나면 한번 읽어봐 줘라. 해외 각 대학에 계신 유학생분들 6명과 더해서 국내에 재학중인 대학생 1명이라고 봐주면 고맙겠어ㅋㅋ





사족 1) 
페이스북 /gksrlf1234, gksrlf1234@gmail.com ㄱㄱ

사족 2) 
내 검은수첩을 보고 신나게 비웃었던 수현아... 첨부파일 한번 봐 주겠니? 나도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글 쓰면 열심히 쓴다...ㅠㅠ 그 검은 수첩은 나만 보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갈겨 쓰는거지. 오해는 풀고 넘어가자

사족 3) 
뭐든 이런저런 조언은 해 줄 수 있어... 특히 수학 공부에 대한 거나, 자연계, 공과대학쪽으로 진학 생각하고 있다면. 필요하면 페북이나 010-2777-1882 연락ㄱㄱ 지금 당장은 스마트폰은 아니고, 고장나서 못 쓰긴 하지만 곧 나도 스마트한 민간인이 될 거니까.
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그러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게 있거든. 그래서 나도 적극적으로 도와 주고 싶다. 이런 문제라면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해 줬음 좋겠다.
꽃미남 캠브릿지 유학생 강기훈님한테 연락하고 싶다면 승재대장님한테 연락처를 찾고...ㅠㅠ

사족 4) 
내가 부자는 아니지만 연락하면 밥 사줌ㅋ 한양대 앞이나 대학로 앞으로ㅋㅋ
근데 나 보러 와 줄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다... ㅠㅠ 민망하면 올라와서 나랑 승재대장을 같이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