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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큰아들 광진이에게

by 임광진 posted Jul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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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큰아들 광진아!!!
국토횡단의 첫 날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하다.
엊제녁 엄마는 문예회관 공연 봉사를 갔다 오다가 비가 얼마나 세게 퍼붓는지 우산을 썼는데도 소용이 없었어.
폭우라 택시도 잡히지 않아 한참을 발을 동동 구르다 겨우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희망이가 시무룩해 있더구나.
엄마도 늦게 왔지,아빠는 친구 만난다고 나갔지.형아도 집에 없으니 혼자서 너무 무섭고 슬펐나 봐.
자존심이 상한지 울지 않았다고 딱 잡아 떼는데 엄마 눈은 속일 수가 없었지. 혼자 빈 집을 지키다가 훌쩍거렸는지 눈가가 빨갛게 젖어 있었거든.
우리 큰아들 있었으면 엄마 아빠가 밤 늦게 와도 희망이가 형아랑  끄떡없이 신나게 놀았을 텐데  광진이의 빈자리가 새삼스럽게 너무 크게 느껴진 날이었단다.
우리 큰 아들은 어떤 밤을 보냈을까?

오늘 동생은 학교에 가고,아빠는 출근했고,엄마는 오후에 미술치료 수업이 있어서 다녀와야 돼.
우리 큰 아들 올 때쯤 엄마도 방학이겠다.그치.
우리 큰아들은 오늘 포항에서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탔겠구나.
어제 총대장님이 10시에 출항하는 배를 탄다고 했었거든.
일본갈 때도 배멀미했다고 했는데 이번엔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들아!
알지.
엄마 아빠가 널 믿는 것.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그리고 단원인 친구와 누나 형,그리고 대장님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길 바래.
단원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쉼호흡 길게 쉬어나,하나,둘,셋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너의 감정을 다독이며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 성숙한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말만은 꼭 명심하렴.
처음엔 다른 캠프처럼 재미있을 것이라고 선뜻 국토횡단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고마웠단다. 횡단을 하다 일주일은 너의 한계를 시험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거야.
이왕 떠난 횡단이라면 무조건 즐기렴.
아무리 힘든 상황 상황이라도 너의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철저히 곱씹으며 횡단의 기쁨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넌 끈기와 승부욕이 강해서 스스로 단련시며 잘 해 낼 수 있을 거야.

역사학자와 고고학자가 꿈인 우리 아들!!!
날씨가 좋아 최전선 독도의 땅을 직접 밟아 보고 독도가 일본의 땅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땅임을 확인하는 벅찬 감동의 시간도 가졌으면 해.
또한 이번 횡단을 통해 너의 꿈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귀하고 멋진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그동안 무수히 읽었던 책의 줄거리를 정리하며 가던지,스스로 네가 알고 있는 퀴즈를 내고 답을 맞추며 가든지,네가 좋아하는 삼국지의 주인공을 생각하든, 너만의 방법을 찾아 극한 상황을 씩씩하게 이겨내면 좋겠다.
집에서 엄마 아빠와 동생이 응원하는 것 잊지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멋진 아들이길 바래.
임광진,복덩이 화이팅!!!

엄마 아빠가 널 얼마나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우리 아들은 너무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무조건 널 믿는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네가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널 믿어.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있거든 꼭 대장님께 빨리 알려야 된다.
우리끼리 싸인...
사랑한다 아들 X100만번X100만번X무한대
엄마한테도 해 줄 거지.

                                               2008년 7월 21일
         국토횡단 첫날밤을 무사히 보낸 아들에게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