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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다 하루가 간다.

by 심민섭 posted Aug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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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열번째 메시지
작렬하던 태양이 붉은 석양을 만들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오늘 하루도 벅찬 감격의 시간을 보냈을 너를 생각하면 아버지는 한일이 없네.
"우리 민섭이가 어디쯤에서 뭘할까?" 하는 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훌쩍 흘러가고 말았네.
이 무더운 뙤약볕 아래 너를 보내고 엄마 아버지는 조금은 후회를 했단다. 너무 무리한 일은 아닐까? 하고 말이야.
민섭아!
하우스 안에서 자란 식물은 하우스 밖에 옮겨 심으면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린단다. 그 만큼 나얀한 상태라는 뜻이지. 그러나 길가에 이름 모를 식물들은 누가 물을 주지 않아도, 거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서 잘 자라고 있잖니? 바로 그것이야 야생화 처럼 살아가는 강인함을 길어주고 싶었단다. 약한 어깨에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배낭의 무게에 많이 지쳐있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그보다 더 힘들수도 있는거야.
지금까지는 엄마, 아버지의 둥지에서 세상 힘든줄 모르고 지내왔다면 이제 부터는 너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 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일을 계기로 아버지가 민섭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지? 아버지도 민섭이 없는 집은 텅비어 버린것 같아서 가슴이 아리하게 아프다. 그리고 편지 쓸때마다 수 없이 너를 그리며 한자 한자 적는다. 정말 이번 기회에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겠다.
네가 어릴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뻤잖아. 좀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꾸 제 고집을 피워서 우리 관계가 약간은 멀어졌지? 특히 머리 기르겠다는 네 고집과 단정함을 강조하는 아버지의 의견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지...... 그래 아버지는 선생님이라서 자꾸만 반듯한 사고, 반듯한 자세, 반듯한 외형을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란다. 이 세상 우주와도 바꿀수 없는 것이 부모와 자식관계아닐까?
최근 몇년간 아버지가 안동에 근무하면서 주말 가족이 되고 말았지. 그것도 훗날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것이고 작게 보면 아버지 자신을 위한 일 같지만 크게 보면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단다.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되어 보면 할 일이 너무 너무 많아. 아버지도 되어야 하고 가장도 되어야 하며, 직장에서는 선생님이고 어머니에게는 아들,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불리는 이름이 가는 곳마다 다르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해야하니까 힘들지.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아니겠니? 우리집은 흔히 말하는 맞벌이 가정이야. 엄마가 집에서 살림만 한다면 너희들의 뒷바라지를 잘해줄수 있겠지만 환경이 그렇지 못하니 너희들 스스로 잘 챙겨야 하는거야. 가끔은 어머니 일손도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자랐잖아.
옆에서 네 형아가 방해해서 그만 적으련다. 다음에 또 적자
오늘도 좋은 꿈 꾸고 안녕........
이제 얼마남지 않았구먼 그지.
8월5일 저녁에 대구에서 아버지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