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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우리 수호

by 조수호 posted Jan 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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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 3일째구나.
무척 힘들겠다.
걸어서 500Km라니 말이 쉽지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란 걸 엄마는 잘 안다.

그럼에도 네 스스로 한번 가 보겠다고 제의했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그 정도를 왜 못해요 라고 오히려 위로를 주었을 때
엄마는 네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사실
여름방학 실크로드 탐험 다녀 온 후 너는 어린아이에서 소년으로 부쩍 성장했고, 학교 공부 보다 체험과 고생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는 걸 엄마는 진작 알았더란다 .

컴퓨터, 게임, TV, 만화영화, 비디오, 자동차 잡지,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집, 내 침대, 냉장고의 먹거리........
네가 사랑하는 그 많은 유혹에서,
또한 편리에서 불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임에 틀림없다.

엄마는 어제,오늘 1박 2일해서 거창 의상봉 산행을 다녀왔다.
산이 웅장하고 야성적으로 멋져서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을 한 즐거움도 있었고,
1046m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산과 산들이 어깨동무하며 자락을 이루는 모습에 감탄했고,
함께 산행하는 동료들과의 대화가 즐거워 좋았고,
내 튼튼한 발로 산하를 밟는 쾌감을 맛보아서 좋았고,
바람이 졸고 햇살이 포근해서 우리 아들의 행군이 덜 고생되겠구나
안도감이 들어서 좋은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탐험연맹 홈페이지 들어가 현장 탐험 소식을 살펴 보았더랬다.
밀양에서 청도까지 걸었구나.
발이 부르터진 않았을까. 베낭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내의도 입지 않았는데 춥진 않았을까. 하루에 4끼 먹는 놈인데 배고프진 않았을까.
갖가지 걱정이 앞서더라.
그런데 찻길을 피해 갈대 밭길의 낙동강변을 따라 걷는 사진을 보니 좀은 안심이 되더구나.
그래, 잘 해 낼거야.

그리곤 전화 안내 방송에서 네 목소리를 두번 세번 다시 들었다.
돌아 오는 날 우유와 사이다 한병이 문제겠냐,
돼지 삼겹살 지글지글 구워서 상치 쌈해서 먹어야지.
함께 간 친구들하고 말이지.

그리고 특공대에 편성되었더구나.
성지, 원진이, 예하 모두 함께 특공대원인걸 보니
인물과 공부가 좀 되는 아이들만 특공대원으로 편성한건 아닌가
또 한번 엄청난 오해가 생기데ㅋㅋㅋㅋ
친구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넉넉한 우리 아들이 되렴
엄마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는 의젓한 아들인 것처럼,
친구들에게도 좋은 이웃이 되렴.

그리고 발 관리 잘해서 마지막 까지 물집 안 생기도록 양말은 꼭 두켤레 신고.
발을 잘 섬겨라.
행군에는 발이 보배이니라.
입에 맞지 않더라도 양껏 먹어서 체력을 잃지 않아야
앞으로 남은 행군이 덜 힘들거고.
그런 체력 조절도 삶의 지혜이고
앞으로 네가 살 세상의 좋은 경험으로 자리하리.

엄마는 네가 없으면 네가 더 소중하다.
네가 없으면 네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더욱 크게 실감한다.
너는 소중하다.
이 세상 둘도 없이.
그래서 첫째도 건강해야 하고 둘째도 건강해야 한다.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피어나는 풀꽃의 더 아름답다는걸 너도 보았지?
너는 이제 더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기 위해 추위를 이겨내는 들꽃처럼
너를 담금질하고 있다.
잘 견디어라.


2005. 1. 9.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