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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저어서 어두운데..,민지야! 민지야!!!

by 김민지 posted Jan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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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
또 해가 지고 하루가 저무는구나.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는 앞,뒤 베란다 창가만 서성이다가 결국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나갈 일도 없었지만 아침에 현지랑 아빠 배웅하러 현관문 두어번 밀어본 게 전부인데도 바깥 날씨는 예사롭지가 않더구나.
왼 종일 그 시린 느낌으로 너를 예감해 보았다.가슴이 얼마나 서늘하던지...
어제 올라온 네 글에 신발이 젖었다는 사연을 보고 경연이 엄마는 또 눈물바람이었다는구나.
그냥 걷기도 힘든데 아무리 적응이 되었어도 네 마른 등보다 크고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게다가 얼어붙은 눈 길이라니...
행군 이후 모두에게 최악의 날이었지싶다.
고마운 경찰 아저씨들의 지휘가 있었다고는 하나 앞뒤로 다니시며 안전한 길을 만드시느라 애쓰고 계실 대장님들 등줄기엔 노심초사한 땀방울이 흘러 내릴 것 같다.
민지야,
걷느라 너무 힘들어 고개들어 곁을 살펴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만 함께 힘든 대원들,그리고 그 길 끌어주고 밀어주시는 고마운 대장님들을 마음으로나마 감사하고 어려운 순간 함께 하기를 . 지금 네게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이웃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잘 견디렴.이 밤만 지내면 내일은 늦게라도 날이 좀 풀린다고 하니 걷기가 조금은 수월해지리라 기대하며.
참, 기쁜 소식이 있다.
글짓기 상장이 왔다.우리나라 광역시 문인협회에서 주최한 대회더구나.축하해.상품은 도서상품권이더라.다음에 같이 책구경도 하고 책도 사고 서면에 있는 큰 서점에 나들이가자.그러면 또 생각나는 코스가 하나 있지?우리 민지가 좋아하는 빕스!!!네가 원한다면 엄마가 쏠 수도 있다.스파게티랑 치킨이랑 실컷 먹고오자.그 생각만 해도 경복궁까지 한달음에 달려올걸. "아싸!" 이러면서...
그래,집에 가면 엄마 말 잘 들어야지 현지에게도 싸우지 않고 잘해줘야지 뭐 이런 재미없는 반성같은 다짐 하지 말고 먹고싶고, 하고싶은 뭐 예를 들자면 메이플 스토리 게임 레벨 업 하기라던가 벡스코에가서 눈썰매나 스케이트타기,또 뭐가 있나 아, 고소한 팝콘 먹으며 반지의 제왕 영화보기,물론 영화보고 부대 앞에서 쇼핑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지? 뭐 이런 시나는 생각만 한가지씩 상상해보렴.그런 생각만으로도 아마 경복궁이 코 앞에 닿아있을거야.
예쁜 우리 딸,
당당하게 탐험대원의 임무를 잘 완수하고 당당하고 의젓하게 돌아올 너를 위해 오늘은 네 방 정리도 다시 하고 거실이며 부엌쪽도 위치를 좀 바꾸었다.기대하시라.
내일은 네가 돌아오면 먹일 녹용넣어 지은 보약도 도착한단다.마지막 마무리(아직 비밀)만 좀 더 하면 너의 환영준비도 끝.모레 새벽에 기차만 타면 된다.이제 두 밤만 자면 된다.현지도 언니가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물론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엄마가 그동안 언니는 집 밖에서 힘들다고 현지에게는 오락을 금지시켜놨거든 .내가 좀 너무했나?
장한 우리 딸 어서 와서 현지도 해방시켜주렴.그것만으로도 현지에게는 큰 선물일거야.참,선물하니까 생각났다.깜빡할 뻔 했다.현지가 미술에서 컵을 만들었는데 언니에게 선물로 준다고 네가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예쁘게 꾸며서 오늘 가져왔더라.현지도 조금 기특해졌지?
민지야,어마도 너를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기쁜 생각만 하며 기다릴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얼마나 아리고 쓰린 겨울바람 맞으며 힘든 행군하고 있을 줄은 알지만 걱정은 이제 그만 접어둘래.우리 딸이 성큼 성큼 장하게 다가오는데 엄마가 걱정하고있는 모습은 보이기 싫거든.두 팔 한아름 벌리고 활짝 웃으며 장한 내딸 꼬옥 안아줄 준비하고 있을게.
어서 오너라,작은 영웅!
어여어여 오너라 장한 우리 맏이!!
-오늘도 독하다는 소리 들은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