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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0 22:29

현찬에게

조회 수 349 댓글 0
현찬아.
네가 돌아올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점점 더 네게 글을 남기고 싶어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구나.
이제는 여행이 막바지에 다달았지?
어쩌면 지금쯤 심신이 지쳐서 빨리 귀국 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구나.

현찬아.
아마도 현지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한국)에서는 그저께(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인해 온나라가 비통과 처절함에 묻혀 있단다.
한 방화범의 행위와 평소 안전에 대비치 못한 지하철공사, 그리고 전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한데 어우러져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만 133명으로 집계 되었단다.
이 소식을 전하는 목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너희들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얼마남지 않아 힘들고 지쳐있어 혹시라도 안전에 대한 소홀 함이 생길까 우려해서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하거나 처음의 긴장이 풀려 예기치 못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지. 네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도 처음 후 5분 그리고 종료 전 5분을 철저히 대비하라고들 하지 않니?

현찬아.
여행의 마지막에서 다소 지치고 힘들더라도 나중에 후회됨이 없도록 하루하루 탐사여행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 보고 특히 안전에 유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어느 한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탐사 대장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이번 탐사여행이 정말 보람되고 즐겁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더욱 더 커진 여행 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구나.

현찬아.
아빠의 잔소리가 좀 길어졌니?
아믛든 우리 아들을 하루 빨리 보고 싶구나.
그리고, 경수가 쓴 글을 봤지?
경수가 빨리 오라고 쓴 것은 네가 보고싶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는 구나.
네가 도착하는 날이 기다려 진단다. MP3가 목적이 아니라 정말로 형이 보고싶다는 거야.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전화해 주렴.

그럼, 건장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창원에서 아빠가. 200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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