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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툴 빼툴 여전한 네 글씨가 너를 보는 듯 반가워서

by 이민해 posted Aug 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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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해야.
네 엽서 받았다.
삐툴 빼툴 여전한 네 글씨가 너를 보는 듯 반가워서 몇번을 읽고 또 읽고 만지고 또 만지고 그것도 모자라 엄마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앞으로 네가 무엇을 쓰든 쓰기만 한다면 엄마는 그저 좋아만 할란다.

오늘 너희반 친구 엄마들을 만났다.
담임선생님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같이 영락공원에 다녀왔다.
너의 소식을 듣고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엄마도 있지만 뭐하러 그렇게 고생시키냐는 엄마도 있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험이 공부 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수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 뻥치고 싶었지만 우아하게(?) 참았다.
아들, 엄마 잘했지?

팔월이 시작 되었다.
네가 떠난 후로 시간은 어찌나 더디게 흘러가던지 오지 않을것 같더니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 더니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구나.
민해야!
비록 괴롭고 힘든 일이라도 그 순간만 넘기면 그 고통은 기쁨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되는걸 느끼고 있니?
우리네 삶이 그렇다는걸 깨닫고 있니?
그래서 사람이 사는 동안 그 시간 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거란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또 이겨낸 것은 네 삶에 아주 특별한 에너지로 남아있을거야.
정말 장하다.
너의 물과 같은 특이한 강인한 모습은 이번에도 반짝이는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너의 건강을 바라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