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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영인이,
사서 고생 하겠다고
배낭 메고 나섰더니
바람이 말리고 비가 말려.
일이 꼬이기로 친다면야
못 말리는 이영인.

반도를 거슬러
올라오는
애초의 일정을 되짚어
내려가는
차령산맥 오르막길.
반도를 내려가는 오르막길
어디쯤.

내려가는 오르막길
허탈한 길에서
물부족 산소부족 뒷심부족
천근 같은 몸뚱이를
고무같은 무릎으로 버티고
맥없는 고개 들어 맹한 눈으로
몰려오는 먹구름을 올려다보고 섰는데

"세상에나,
이리저리 휘둘려 어쩌다
이런 고생바가질 뒤집어 썼나
진작에 알고 있지 않았나
엄마 말 들어
몸에 좋고 마음에 흡족한 일이
어디 있더냐
가고 싶지 않다고
좀 더 세게 나가볼 걸"

차령산맥
이름 모를 능선 위로
신나게 피어오르는 먹구름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두 손으로도 다 못 셀 남은 날들을
세고 세고 또 세어보는
게으른 이영인

등에 멘 배낭은 또 얼마나 무거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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