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대장 거짓말대장 촬영대장 김중빈 입니다.

by 김중빈 posted Jan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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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엔 잘들 들어 가셨나요. 대장님이란 표현이 정말 어색했는데 이제 안써도 될것 같아서 한결 홀가분하네요. 겨울답지 않은 날씨라 패딩속에 반팔만 입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연맹 본부에 남아있어서 그런지 행사가 끝났다는게 실감나질 않는데 어제 일찍 귀가한 대원님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마라도에서 경복궁까지, 부산에서 경복궁까지. 두발로 걸어왔다는게 아직도 신기하고 꿈만 같습니다. 내기분이 이런데 그 작은 발로 짧은 다리로 절뚝거리면서 걸어온 수많은 어린대원들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네요.

소실된 숭례문 복원 현장을 지날때의 아쉬움. 부산에서부터 걸어왔건만 경복궁의 입구는 쉽게 우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숭례문을 함께 볼수 있었다면 좋았을껄 이라는 아쉬움도 잠시. 보행자 터널을 지나자마자 햇살과 함께 보이던 경복궁, 그 아름다운 자태. 그 감동을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싶습니다. 정말 많이 봤고 정말 많이 가본 경복궁이지만 그 위엄과 아름다움을 스물 여섯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산 능선과 처마, 그리고 주변의 고층 빌딩들.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옛 고궁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다는걸 왜 이제야 깨달았나 싶을정도로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보라고 그저 걷기만 하는 너희들이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그건 저 스스로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그런 기회가 많았지만 전혀 감동받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산에 왜 오르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정도로 빈약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아쉽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후회 됩니다. 그때 조금만 더 신경써서 많은걸 보고 느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하고싶어도 시간적 경제적 여건때문에 쉽게 할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야박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같이 걸어간 대원들의 모습에서 옛날의 내모습을 봤고 그게 안타까워서 계속 얘기했습니다. 나중에 저처럼 아쉬워하고 후회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말입니다. 걷느라 바쁘고 지치고 힘들었을 대원들에겐 그저 잔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잔소리때문에 몇번은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았나요.

근 20일 정도를 함께 했던 우리 대원님들. 난 이번 행사가 너무 즐거웠고 또 재밌었습니다. 내 위주로 행사를 뛴것 같은데 대원님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초코바 하나 입에물고 걷는것도 즐거웠고 제주도의 박물관도 즐거웠습니다. 강에비친 보름달을 보며 걷고 영남루의 강바람을 맞으며 졸던것 눈내린 한라산을 뛰어 올라간것 백록담을 목전에 두고 눈싸움을 한것 냉수마찰을 하고 덜덜떨던것 고추냉이가 들어간 주먹밥을 먹은것 근 칠십명정도의 인원이 다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것 히치하이킹을 하고 짜장면을 얻어먹은것 가방 세개를 메고 걸었던것 물집이 잡혀서 절뚝거리고 너무 피곤해서 걷다가 졸은것. 너희들에게 짜증내고 화냈던것까지도 다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것 같아요. 대원님들은 어떠셨나요.

앞으로 살날이 훨씬 많고 볼것 느낄것 경험할것이 훨씬 많은 우리 대원님들, 여러분의 긴 인생에서 이번행사는 채 20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 가슴속에 깊이 남아서 잊지못할 추억으로, 또 그립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좋은 만남, 좋은 인연으로 웃으면서 볼수 있길 바랍니다.

간식하나에 즐거워하고 항상 3분남았다고 거짓말만 하던 촬영대장 김중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