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보고싶은 우리 종단애기들에게

by 종단 의료대장 posted Aug 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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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안녕! 지난 19일 내내 너희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너희가 없는 하루를 맞으니 마음이 멍하다. 핸드폰 속의 예쁜 얼굴들을 볼 때마다 지난 19일동안의 에피소드가 떠올라 혼자 웃고 감동받고 행복해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
의료대장이라 너희가 아플 때 가장 많이 보는 대장님이였을껀데 타지에서 고생하는 너희들에게 조금 더 웃어주지 못하고 달래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아픈 아이들을 하나 둘 받아주면 아프지 않은 애들도 쉬고싶은 마음에 일부러 아프려고하는 경우도 있어서 본의치않게 차갑게 대한 적이 많았어.
그래도 모두 크게 아픈데 없이 도착해서 대장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다들 발의 물집은 좀 아물었는지, 두드러기들은 없어졌는지, 뜨거운 햇빛때문에 벗겨진 피부들은 새살이 잘 났는지 걱정도 많이 되고 궁금하단다.
민규랑 세민이는 얼른 깁스풀고, 동현이는 약 잊지말고 챙겨먹고, 상목이는 땀 너무 빼지말고, 두헌이는 약보다 스스로를 좀 더 믿어보고, 지용이는 발에 새살 돋기 시작했으니 관리만 잘하면 금방 나을꺼야.
여기에 하나하나 쓰지않아도 대장님 머리속에는 수십명의 우리 애기들이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 다 생각난다.

너희가 이번 종단을 하면서 생긴 상처들은 정말이지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해. 너희가 그만큼 의지도 강했고, 놀기도 참 잘 놀았고, 다쳐도 씩씩하게 700km를 완주한거잖아? 대장님도 물집에 상처투성이가 된 발과 까맣게 탄 피부를 보면 뿌듯해. 내가 이렇게 될만큼 뭔가에 몰두하고 즐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어딘가에 '미쳐있다'라는 게 이런거구나 싶어.
난 올 여름엔 우리 종단팀에게 미쳐있었던 것 같아.
너희들은 어땠니? 이번 여행이 너희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중한 시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하니 19일동안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게 많을거야. 사실 나도 지금은 밥먹으러 잠깐 나가면서도 어휴, 이 날씨에 대체 어떻게 걸었는지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야.

내일이면 대장님은 한강탐사하러 또 간단다. 강원도에서부터 한강줄기를 따라 내려올꺼야.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만나겠지만 이번 29차 국토종단 팀들은 절대 잊지 못할꺼야.
얼마 남지 않은 방학 잘 보내고,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멋지고 늠름한 아이들이 되어있을거라 믿어.
해야할 일도 잘하고 놀때는 더 잘하던 우리 종단팀! 대장님에게 행복한 추억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