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늦었지~ 아무래도 처음과 두 번째 갔을 때와는 엄마 마음이 다른가봐. 편지글은 늦었지만 한 시도 아림이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야.
급하게 대장님께 너를 보내고 오느라 당부할 것들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짐도 제대로 못 싼 것 같아 내내 맘이 쓰였는데. 이미 할 수 없고 아림이는 그런 거 연연해하지 않고 잘 적응 할 거야.
너에겐 미안하지만 재영이랑 부산 과학관에 갔었어. 차가 덜 막히는 태종대와 해양박물관에 갈까도 했지만 아림이와 가려고 아껴뒀어. 너 오면 바다도 보고 재미난 곳도 가 보자.
엄마를 꼭 닮은 우리 딸 아림아,
국토대장정 가 있는 동안 엄마는 우리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 단다. 평소에 하면 될 것을 꼭 멀리 보내 놓고서야 생각을 하다니 이점은 미안해. 뭐든지 조금씩 평소에 해야 하는 건데 엄마는 그게 안 돼. 하지만 이런 기회가 종종 있으니깐 솔직한 속마음을 얘기 할 수 있어 다행이야. 한국청소년탐험연맹 홈페이지에 처음 들어갔던 때가 생각이 났단다. 그때 한참 해외영어캠프를 찾아보던 차였는데 여러 곳이 많았고 우리 동네에서 가는 캠프도 있었지만 여기 해외캠프가 유독 눈에 들어 왔었지. 참가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했지. 그러다 우리나라 곳곳을 둘러보는 국토대장정이 좋아보였어. 이왕이면 우리나라 곳곳을 탐험해 보고 해외에 가는 게 낫겠다 싶었어. 영남대로, 호남대로, 관동대로 세 곳은 가봐야지 싶더라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이 곳 영남대로를 마지막 퍼즐조각을 끼우는 느낌으로 완주 해 주길 바란단다. 겨울에 야외캠프를 어찌 보내나 했지만 이렇게 가니 여름과는 다른 장점이 있었어. 안 해보면 모르는 거였어, 그치~
엄마는 맘 같아 선 일 년에 한 번 씩은 도전 했으면 해. 하지만 원래 목표는 세 코스 완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대견하고 대단한 우리 딸, 엄마 아빠 딸이라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
너는 엄마 뱃속에서 부터 엄마를 위해 줬지. 네 돌잔치 때 열 달 동안 입덧 없이 편안히 있다 나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고 엄마가 얘기해 주었니? 키우는 14년 동안 엄마는 아림이 엄마라서 행복했어. 지금도 앞으로도 아림이는 어디를 가던 지 그 곳에서 제 몫을 해낼 거라고 믿어. '芽林', 네 이름처럼, 작은 씨앗이 씩을 틔워 큰 숲을 이루듯, 네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가 자리 잡고 크게 자라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2년 전, 1년 전, 국토대장정 때 사진을 보고 있었어. 그 동안 얼마나 큰 건지 엄마만큼 큰 너를 보며 이제야 부모가 됐다는 걸 느껴. 엄마 아빠가 아림이의 부모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네. 국토대장정은 엄마와 딸 우리 모두를 성장하게 해주는 것 같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고 오도록 해. 후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말이야.
1월 8일 새벽에 아림이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