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큰아들 재호야

by 최창영 posted Aug 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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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이 흐려지는 것을 보니 다시 소나기가 한 바탕 쏟아질 모양이구나.
조금 전만 하더라도 가마솥 불볕 더위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머리위로 어깨위로 아지랭이를 만들어 내더니만...
오히려 걷는데는 지금처럼 흐린 날씨가 더 도움이 되겠지?

오늘, 재호가 행군을 시작한 지 이틀 째 되는 날이구나.
아마도 발 바닥에는 물집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배낭 맨 어깨 죽지에는 피멍이 시작되고 있으려나?
처음 출발할 때는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더 배낭이 이제 상당한 무게로 재호를 눌러내리고 있겠지.

재호야, 많이 힘들지?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한 걸!

아빠는 우리 재호가
이글거리는 뙤약볕 아래서, 폭포수 처럼 내리쏟는 소나기 아래서,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에서, 아지랭이가 너무 피어 올라 현깃증 느껴지는 포도(포장된 도로) 위에서,
천근 만근의 무게로 뒤어서 잡아 당기는 배낭의 무게와 더불어
자꾸만 약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 해 가면서
편안한 것을 찾으려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서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똑바로 뜨고 "한양까지 천리 길"을 오로지 재호의 두다리와
한 몸,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벼텨내면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때
가슴속이 뜨거워지고 몸에서는 소름이 이는 것을 느낀단다.
마치 아빠가 재호하고 같이 걷고, 쉬고, 생각하는 것 처럼 말이지...

사랑하는 재호야,
그리고 자랑스런 아빠의 큰 아들 재호야!
많이 힘들겠지만, 고난의 행군을 끝마치고 나면 재호 스스로가 생각해도 놀랄만큼 성숙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야.

아빠는 느낄 수 있단다.
우리 재호가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빠가 권유하는 국토종단 행군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 재호 역시 스스로 무엇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 싶어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

인생을 살아 갈 때에도, 지금 네가 걷고 있는 것 처럼, 고행이 끝나고 나면 그 고행의 몇 배에 해당하는 행복과 성취감이 기다라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했으면 좋겠구나.

어쩌면 아빠가 쓴 글을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피곤하고 배가 고플수도 있겠네?
잘 쉬고, 항상 건강과 안전에 조심하면서 눈 앞에 보이는 몇 십 미터 혹은 몇 백 미터가 아니라 행군의 마지막에 보게 될 경복궁의 아름다운 정경과 스스로가 느끼게 될 자랑스러운 감정을 상상해 보도록 해라. 더욱 기운이 날 것이야.

우리 재호는 잘 해낼 것이라고 아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우리 재호 파이팅!
8월 5일 늦은 오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