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아들 명곤이

 사랑하는 우리아들 명곤이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니?

추운데 또 더 추워진다는데 우리아들 잘 해내고 있을지 모든 가족들은 너를 걱정하고 널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오늘은 엄마랑 양평에 다녀왔어. 니 방에 습기때문에 핀 곰팡이도 제거하고 앞으로 곰팡이 피지 마라고 방지제도 칠해놓고 그러고 왔단다. 이제 우리 명곤이 조금 있으면 5학년이 되고 그때 쯤엔 그 방에서 또 열심히 놀고 공부도하고 있겠지. 아빠는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계속 걷다보니 무의식중에 걷고 있더라는 너의 편지를 보았다. 우리 아들이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자랑스럽다. 아빠도 옛날에 군대에서 걷고 또 걸었다. 너만큼이나 무거운 가방과 길고 무거운 총을 매고 아빠는 걷고 또 걸었어. 한참을 걷다보면 해가 지고 어두운 하늘을 문득문득 바라보면 수많은 별들이 너무 아름답더라. 아빠는 오리온 자리를 특히 좋아했는데, 왠지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였어. 그 생각하면서 또 걷고 또 걸었지.

 

 추운 겨울에 훈련을 받을 때, 아빠는 어느 산속에서 밤을 샌적이 있었다. 혹한기 훈련이라는 건데, 그야말로 추위를 이겨내면서 훈련을 받는거지. 산속에서 밤을 새려니 너무 추워서 판초우의라는 비옷을 겉에 입고 벌벌 떨면서 밤을 샜단다. 그때도 아빠는 밤하늘을 보면서 별들을 봤어. 그리고 고향생각 부모님 생각 그러면서 지샜단다. 지금은 아빠한테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아빠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더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우리 아들도 이번 국토종단 통해서 더 멋지고 강해진 명곤이가 되어서 돌아올 거라 믿는다.

 

 어제는 이모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니가 너무 고생한다고 당장 데려오라고 그래서 엄마가 오늘 아침에 널 데리러 가자고 그러던데, 아빠가 말렸다. 우리 아들은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 했다.

 

 명곤아. 아빠도 옛날에 계속 걷다가 몇가지 느낀게 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잘 걸을 수 있다는 것과, 혼자 걷는것 보다 누군가와 같이 걸어가는게 훨씬 쉽다는 거였다. 우리 아들도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고 많이 보고 왔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우리아들.. 건강한 모습으로 화요일날 보자. 외할아버지가 너 오면 대길가든에서 고기 사주신대더라. 좋겠다. 우리아들. 화이팅!

 

 -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