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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야! 나야 승화형.

어때? 할만 하니? 안힘들다 안힘들다 해도 막상 집을 벗어나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을 거야.

날씨도 비왔다가 더웠다가 하는데 강원도는 어쩐지 모르겠다. 요세 형이 너무 정신이 없어서

편지가 늦었어. 너가 이해해 주길 바래.

 

 사실 이렇게 민기한테 편지를 쓸 기회가 거의 없을거 같네~. 군대가면 한 번정도 쓸지

모르겠지만 한참 후에 일이고 숙모께서 군대를 안보낸다고 하니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진지하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고 싶은데, 곰곰히 생각하니까

너무 고리타분 할꺼 같기도 하고 꼰대같이 보일까봐 못하겠다ㅎㅎ. 대신 나중에 민기도

술을 마실 나이가 되면 형이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줄께.

 

그래도 꼴에 형이 서른살이나 쳐먹으면서 느낀점 중에 한가지를 꼽아 보자면,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만들라고 하고 싶어.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민기가 

해마다 국토횡단에 참가한다고 해도 매년 느끼는 감정이 조금씩은 다를꺼야. 올해 민기가

이걸 하면서 느낀 생각이나 감정이 아마 내년에는 다를꺼야. 형도 이 나이에 국토횡단에

참가하라면 충분히 참가할 수 있어. 하지만 민기가 느끼는 감정, 즉 중학생으로써 느끼는

감정은 영원히 느끼지 못하는거지. 초등학교 때 여자친구와 손잡을때 느낌이랑 중학교때

여자친구와 손잡을때 느낌은 아마 천지 차이일 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뭔지 아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그 시절을 그냥 지나치면 다시는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거야.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순 없으니까. 지나고 보면 굉장히 슬픈일이야. 후회도 많이 남고.

민기가 국토횡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형이 잘 모르지만 이 기간동안 느낀 생각이나

다짐을 꼭 간직했으면 해. 국토횡단은 내년에도 갈 수 있지만 그건 아예 새로운 일이니까.

평소에 숙모도 비슷한 이야기 많이 해주시던데, 진짜 커갈수록 경험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그 시절만의 감정들이 항상 아쉽더라. 그러니 민기도 매년 노력해서 큼지막한 추억들

남기고 빨리 여자친구 만들어. 이게 가장 중요해ㅎㅎ. 축구하는거 줄이고 성당 자주 나가서

빨리 여자친구 만들어ㅎ. 아니면 국토횡단하면서 여자친구 한 명 사겨와. 그 때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니까 ㅎㅎ. 암튼 몸 건강히 돌아 오고 8월 1일에 보자~~

형은 공부해야겠다.

 

P.S 형이 아무나 꽃동생 호칭 잘 안붙여준다. 몇 명 없어~. 민기는 형이 특별히 꽃동생 호칭

    붙여준거니까. 알지? 사랑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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