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현
철없고 멋모르던 어린 시절엔 정말 내가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내 미래 모습은 어떨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런 부담감과 새로운 환경에 괜한 위기감을 느낀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도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은 찾을 수가 없었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나는 어디쯤에와 있는지, 정말 생각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많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셔서 대기번호 1번으로 간신히 참가하게 되었다.(정말 하늘이 도우셨나보다.)
나는 이 여행을 하면서‘나’를 찾고자 결심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을 차례로 여행하면서 나는 큰 가르침 두 개를 얻었다.
하나는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넓다’는 것이다. 정말 세상은 여러 나라, 여러 인종, 여러 사람과 문화가 섞여 매일매일 커지고 있었고, 단순히 세계 속 작은 티끌에 지나지 않는 우리 동네, 우리 학교에서의 등수에 급급했던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되자 내 가슴은 새로운 열정, ‘세계를 나의 무대로 삼고 싶다’는 열정으로 뜨거워졌다.
다른 하나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14박 15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제 몸만한 배낭들을 어깨에 지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걸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가 서로를 깨워 주고 물건을 나눠 쓰면서 서로서로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되었다.
이 여행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새로운 열정과 마음가짐을 지닌 ‘강수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진짜 ‘강수현’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 것이다. 지금 나는, 예전처럼 우왕자왕하는 어린애가 아니라 한 단계 성숙해지 멋진 ‘나’니까.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준 한국 청소년 탐험 연맹과 14박 15일 동안 고생하시며 대원들을 이끌어주신 대장님들, 함께 고생한 우리 대원들과,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신 우리 부모님과 동생에게 모두 감사드린다.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을 내려다보며. 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