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로종주

14일째(1.11)

by 탐험연맹 posted Nov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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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안 침낭속에서 잠이깬 우리는 침낭 바깥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춥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텐트에서 잤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경험을 했다는 뿌듯함도 가질수 있었다.

텐트에서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잔 친구들도 있었고, 자리가  너무 비좁아서 잠을 잘 못 잔 친구들도 있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집 생각이 너무도 간절했지만 이제 하루만 더 자면 그리운 집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자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기 직전에 대장님팀이랑  대원팀이랑 족구 시합이 있었다.  대장님들께서 만약에 우리가 이기면 침낭을 들어준다고 하셨다. 운동을 잘하는 남자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대장님들과 시합을 했지만 이길 수가 없었다. 세트스코어 2:0 정말 응원해주던 친구들한테 미안했다.

밥을 먹고 나서 텐트를 걷는데, 박찬수 대장님께서 제일 늦게 걷는 대대는 냉수마찰을 시킨다고 하셨다. 우리는 서로 텐트를 빨리 걷을려고 동작을  빨리하고 모든 대대원들이 협동을 했다. 결국 1대대가 꼴찌를 했다.

박 찬수 대장님께서는 텐트를 걷고 정리를 한게 마음에 안든다며 전원 수건을 들고 모이 라고 하셨다.
모두들 바로옆 계곡으로  가서 남자친구들은 웃통을 모두 벗고,  여자친구들은 잠바만 벗은 상태에서 신발과 양말까지 다 벗게 하셨다.

이윽고 박 찬수 대장님께서 우리 모두 계곡에 들어가라고 하셨다. 날씨도 너무 추운데 계곡에 들어가니 완전히 얼음위로 걷는 기분이었다. 그 상태에서  우리는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그리고 등과 배에 물을  묻히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말에  모두들 떨리는 손으로 물을 묻혔다.

정말이지 고통의 시간이었다. 너무나 차가운 나머지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냉수마찰을  끝내고 우리는 얼른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냉수마찰을 끝내고 나니 기분은 정말 개운했다.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처음에 우리가 도착한곳은 금정산성의 서문이었다. 금정산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산성중에 하나다. 대장님이 산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셔서 우리는 잘 들었다. 이렇게 거대한 산성이 높은 산위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옛날에는 자동차나 기계들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옮겼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나의 성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선조들이 많은 고생을 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르막은 우리를 지치게 했다.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팠다. 쉬는 시간에 한 가게에서 물도 얻고, 가게 주인 아줌마가 모두에게 사탕도 주셨다. 아줌마는 우리보고 고생한다며 힘내라고 하셨다. 이렇게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났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금정산성의 북문을  향해 올라갔지만 도무지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도 문경새재때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박 대장님께서 위에 먼저가는 사람이 계속 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는 서로 먼저 쉬기  위해서 앞다투어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 사탕을 얻어먹은 곳에서 1시간정도 올라가니까  드디어 목표였던 북문이 나왔다.

북문에서 내려다본 부산은 정말 작은 장난감 같았다. 성냥갑 같은 건물들과 주변에 어우러진 자연들을 보며 평온한 느낌마저 들었다. 북문에서부터 동문까지는 산 능선이다. 오르막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내리막길이다.

박 대장님께서 우리 모두를 모아놓고, 북문에서 동문까지  특별히 대형을 짜지 않고
빠른사람이 먼저가서 쉬라고 하셨다. 대신 대장님보다 뒤쳐지는 대원들은 벌을 받는다고 하셨다. 우리 모두는 뒤에 오시는 대장님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빨리 걸어갔다.

금정산성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우리는 그 분들이 지나가실때마다 인사를 드렸다. 인사를  드리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는 등산객들에게 우리는 자랑스럽게 서울에서부터 탐험을 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놀라는 눈빛으로 대단하다며 우리에게 맛있는 것들을 주시기도 했다. 덕분에  제일 앞서 걸어간 친구들은 많은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가 있었다.

북문에서 동문까지는 빠른친구들은 50분 정도 걸렸고, 제일 늦게온 친구들은 1시간 20분정도 걸렸다. 모두들 쉬면서 대장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장님이 많이 화가 나신 상태에서 오셨다. 왜냐하면 동문으로 가는 도중 돈을 주고 오뎅을 사먹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점심을 안먹고 배고픈 상태에서 자기혼자 먹는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탐험 처음에 돈을 걷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몰래 먹을 것을 사먹는 것은 탐험대 규율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장님께서 돈주고 사먹은 친구들은 나오라고 하셨고, 4명의 친구들이 나와서 벌을 받았다.
특히 끝나기 하루전날이라서 그런지 대장님이 많이 실망하신것 같다.

동문에서 내려오자 바로 도로가 나왔다. 우리는 질서 정연하게 내려왔고, 지나가는  어른들을 볼때마다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금방이면 내려올줄 알았는데 내려오는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그만큼 우리가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부산대학교 뒤편을 지나 곧바로 부산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에는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행군을 하는데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고 우리들 모두 지쳐있었다. 또한 점심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지쳤던거 같다.

영남대로의 출발지는 바로 동래향교이다. 바로 동래향교를 향해  우리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동래향교는 영남권에서는 가장 큰 향교이다. 향교를 본다음 배고픈 우리는 밥을 먹었고, 마지막 밤은 동래읍성의 북문에서 텐트를 치고 자게 되었다. 비록 추운 텐트에서 자게 되지만, 내일이면 그리운 부모님과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마지막을 힘들게 하는것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오늘처럼 설레이는 밤이 있을까? 추운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눈을 붙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부모님과 가족들의 꿈을 꾸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