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이들의 아침은 주파수를 맞추는 라디오 같습니다. 기상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종아리를 탁탁 두드리면서 끙끙대고, 그 다음으론 대장님들한테 잠이 섞인 목소리로 ‘어디가 아파요, 저기 좀 봐주세요.’하면서 종알종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세안하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잠이 덜 깬 주파수를 잡다보면 또 다시 방긋 웃어 보이며 아침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됩니다. 주파수를 맞추고 나면 끙끙되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오히려 대장님들이 주파수를 맞추느라 힘겨워합니다. 또 다시 아침, 행군을 떠나는 우리들의 발걸음엔 항상 활기가 가득합니다.
오늘 행군에는 특별한 일들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행군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한 연대별로 팀이 되어 지도를 나누어준 후 목적지인 밀양역에 지정된 시간 안에 찾아가기!! 독도법!! 아이들이 각 연대원들 끼리 마음을 합해야만 성공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코스의 중간 중간 지원 대장님들의 미니미션들까지 포함하고 있어 행군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은 총대장님의 오리엔터링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의욕 가득한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대장님을 쳐다보고 당나귀 같은 큰 귀를 만들어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게임이나 미션을 할 때 마다 느끼지만 우리 아이들의 승부욕은 너무 너무 뜨겁습니다. 게임의 승부 앞에선 같이 참여하는 대장님들마저도 조마조마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각 연대별로 연대 이름과 구호, 그리고 노래를 상의하여 총대장님의 통과를 받아야만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작은 머리들을 맞대어 어찌나 기발하고 독특한 생각들을 만들어 내는지^- ^* 터널을 지나 연대별로 포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무지개 색깔별로 찾기, 도착한 순서로 손뼉 치기 해서 통과하기 등 아이들은 행군을 하고 있으면서도 행군 중인지 게임 중인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길을 잘 못 찾아 헤매는 연대는 없었습니다. 원래는 시간 안에 도착하는 연대에게만 맛있는 간식이 주어지는 것이었지만 모든 연대 아이들이 너무나 즐겁게. 마음을 합해 모든 미션을 수행 해 모두 다 간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피자라는 큰~ 상을요!!
그렇게 재미나는 행군을 하고, 너무나 신나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제 도착했던 삼량진에서 오늘 청도까지. 우리들이 경상남도에서 경상북도로 넘어왔다는 것 이지요! 처음에 경상북도로 넘어오는 표지판을 보고 우리 아이들은 믿지 못 했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걸어서 지도에서만 보던 그 경계선을 넘어 온 것일까? 사실일까?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대장님들에게도 다시 물어보며 아이들은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너무나 힘들었던 행군이 이렇게 신나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길 혼자서는 절대 없는 일이라 했습니다. 친구들과 대장님들과 함께였기에 할 수 있었다고. 비록 오늘은 한 경계선을 지나왔지만 이렇게 앞으로 걸어 서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모두가 대장님들과 4대대 친구들, 그리고 함께 걷는 국토대장정 동료들과 함께 이룬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상북도를 관통해 충청도와 경기도, 그리고 서울까지 건강하고 씩씩하게 우리 강토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껴보기 바란다.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추위가 심해질 것 같은데. 네가 입은 겉옷이 너무 얇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오늘 총대장님 편에 네가 입던 패딩내피 점퍼를 한벌 전달해드렸는데, 그 옷을 티셔츠 위에 입고 그 위에 겉옷을 입으면 아무리 혹독한 추위에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