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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보고싶은 나무야,
우리나무가 없으니 온 집안이, 이 세상이 텅 빈 것 같구나.
엄마를 위로하는 건 하루하루 보내오는 국토탐험일지와 사진,
그리고 우리아들 나무와 함께 보냈던 슬프고 기뻤던 순간들,
그중에서도 우리가 함께 여행했던 기억의 장면들, 추억들이란다.
나무도 때때로 그때 그 푸르렀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니?

지난 해 5학년 여름방학은 아빠, 엄마, 나무,
우리가족 모두 한 달 내내 아빠 심포지엄으로 일본에 머물렀었지.
아빠가 후레아이노까 호텔 대목장에서 작품 만드시는 동안,
아들과 함께 걸었던 그토록 뜨겁고 푸르렀던 우츠노미아, 쿠로바네,
닛코의 거리가 엄마 눈앞에 지금도 선히 펼쳐진다.
엄마랑 둘이서 식당을, 천문대를, 바쇼 하우스를 찾아 헤매느라
녹초가 된 우리아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하단다.
쿠로바네 밤의 나카강에서 본 하나비(불꽃놀이) 기억나지?
우츠노미아역의 식당에서 연거푸 세 접시나 먹었던 만두 맛은 어떻고!
무거운 여행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끌고 기차를 갈아타며
호텔을 찾아 헤매던 기억들...엄마는 하나도 잊지 않았단다.
아빠와 함께 우에노공원 미술관에서 본 너무도 환상적인 샤갈전,  
연꽃이 활짝 핀 우에노 호수에서 오리배를 운전하며,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야!"라고
소리치던 우리나무 목소리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구나.
나무를 그토록 아끼던 대학생 후미야 형과 기무라 형,
세르비아 선생님, 세키야마, 하세가와, 나카자토,
엄마 땜에 안절부절 못했던 히하라 선생님도 기억나지?
몸이 지치고 마음이 고단할땐, 나무야
아름답고 기뻤던 여행지의 순간들, 그때 그 사람들을 떠올려 봐.
인도의 밤기차에서 만난 친구 롹신도 떠올리고,
양쪽 팔이 다 없던 롹신의 아빠도 떠올려 보고,
코끼리를 타고 올랐던 아멜성을, 핑크시티를, 카주라호를...
갠지스 강에 소망을 빌며 몸을 담그던 그 수많은 사람들,
새벽 강에 아빠와 함께 떠내려보냈던 꽃촛불도 떠올려 봐, 나무야.
캄보디아의 톤레샵 호수,
얼기설기 엮은 오염된 물 위의 집에 살던 안타깝고 가엾은 친구들,
입은 옷만 남기고 모든 옷을 나누어주던 그 순간을...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조각배를 타고 과일을 팔던 조그만 아이들,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면서 맨발로 거리를 헤매던  
아이들의 새까만 눈동자를
우리나무는 영원히 잊지 않을 거라 엄마는 믿어.

수많은 추억들 중에서도 엄마는,
우리나무 4학년 겨울 방학때 이번 국토종단 때처럼 18박 19일 동안
아빠랑엄마랑 임진각부터 거제도까지 내려갔다가 거슬러 올라오던
그 겨울여행길이 가장 선명히 떠오른다.
을왕리 밤바닷가에서 금나무가 엄마, 아빠를 업어주었던 기억,
순천만 갈대밭에서 우리 셋이서 자전거를 탈 때,
엄마가 모포로 나무를 꽁꽁 싸매주니까, 우리 금나무
"엄마는 정말정말 이 금나무를 사랑하나봐요!"라고 말하던 순간을
엄마는 영원히,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

(이러다간 엄마의 편지가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네)

나무야.
6학년 올라와서 엄마랑나무랑 사이가 멀어진 것 같아
엄마는 너무너무 속이 상했단다.
나무는 반항하고, 엄마는 소리 지르고 나쁜 말도 하고...
나무야, 엄마는 지금 많이많이 반성하고 있단다.
엄마답지 못한 행동,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나무의 말을 엄마는 왜 깊이 헤아리지 못했을까....
나무야, 엄마가 그동안 많이 미안했다.
돌아오면 엄마가 나무를 꼬옥 껴안고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해.
나무는 엄마를 더 힘껏 껴안으며 위로해줄거지...

사랑한다, 내 아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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