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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종주
2005.11.30 12:02

10일째(1.23)

조회 수 2285 댓글 0
며칠만 버티면 집으로......

어머님, 아버님들 이제 슬슬 달력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계시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경복궁에 도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 눈이 내려서 오늘 가는 길은 매우 미끄럽고, 추울 줄 알았죠. 그러나 날은 생각보다는 좋았고, 길이 미끄럽지도 않았습니다. 오늘은 경기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막 경상북도를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충북을 지나고, 경기도에 도착T했군요. 언제나처럼 하루종일 걸었습니다.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걷고...... 하루종일 걸었지요. 지겹고, 짜증나는 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경기도라고 쓰여진 이정표를 발견하는 순간에는 날아갈 듯이 기뻐했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요? 발걸음이 평소보다 빨랐습니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러 가기 때문일까요? 불만도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일까요?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었습니다. 건들면 꽝 하고 터질 것 같은 그런 느낌...... 결국은 평소에 말썽을 부리던 문제아 3명이 또 사건을 벌이고 말았답니다. 그 결과 분위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지요. 하지만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지 분위기만 가라앉았지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막바지일수록 가장 불안하고, 문제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데...... 하긴 내일이 있으니,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기대를 하는 것도...... 나쁜 것이겠죠? 내일이면 용인을 통과해서 성남에 도착하겠죠?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머리가 조금 굵은 아이들까지, 서울 깍쟁이서부터 부산 갈매기, 강원도 감자바우까지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이 모였고, 생김새도 성격도 서로 다른 아이들이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지금까지 잘 걸어왔습니다. 물론 양산과 대구에서 갑자기 집으로 사라져 버린 아이들도 있고, 본의 아니게 갑작스런 부상으로 낙오자의 낙인을 찍어야만 아이들도 있고, 문제만 일으키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지만 서로 어울려 커다란 하나를 이루었더군요. 지역감정도 없고, 빈부의 격차도 없고...... 아직 세상의 어두움을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이기 때문일까요? 어쩐지 부럽더군요. 아직 내일이 남아있지만, 아이들은 힘든 길을 걸어왔습니다. 대장들도 힘든 길인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 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아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참 많은 것을 배웠던데...... 그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컸는지 첫날에 본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이 나질 않는답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할까 걱정이 많으셨겠지요. 눈물도 흘리고, 잠도 못 이루시고..... 내가 왜 귀여운 자식에게 고생을 시킬까 후회도 하셨겠지요.  부모님들이 왜 보내셨는지 그 속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짐작만 할 뿐이지요. 아이들이 자기자신을 이길 기회를 주고, 그것을 도와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 그럴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 가라는 말에도 집에 안가는 녀석들..... 아마 부모님들이 보실 때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안을 수 있겠지요. 며칠만 버티면 집으로 가겠지만..... 그 며칠동안 조금 더 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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