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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종주
2005.11.30 11:57

4일째((1.17)

조회 수 2346 댓글 0
 참기 힘든 아쉬움  
어머님, 아버님들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아직도 아이들 걱정에 안절부절 하지는 않으신 지 모르겠군요. 오늘도 역시 걸었습니다. 항상 걸으니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도 조금 지겨우시죠? 항상 걷는 구나...... 하고...... 영남대로종주의 의미 가운데 하나는 걸어서 가는 한성 옛 길이니 걷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오늘은 청도를 지나 팔조령을 넘고, 대구에 왔습니다. 청도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더군요. 청도를 지나면서 소싸움을 볼 수 있나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시기도 소싸움할 때가 아니라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청도를 지났습니다. 청도를 지나서 팔조령을 넘는데 아쉬운 것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팔조령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주 죽인 다는데, 아쉽게도 팔조령을 넘을 때는 해가 진 후라서 그 좋다는 경치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팔조령에서 내려다보는 청도의 야경도 볼 만 하더군요. 팔조령을 넘는 순간은 무슨 지옥 훈련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밤에 산길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옆에는 낭떠러지가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고,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점점 추워지는 데 팔조령을 넘어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그러다가 갑자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항상 뒤에 쳐지던 녀석이 갑자기 앞에서 누워버린 것이었습니다. '더는 못 가요.'라는 말만 남기고,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이것은 절대절명의 위기였습니다. 잘못하면 녀석은 아래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있고, 그 녀석이 좁다란 산길에서 누워버린 바람에 뒤에 있던 아이들은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온갖 협박과 공갈을 비롯해서 말도 안 되는 약속과 상품을 걸어가며, 달래서 겨우 팔조령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힘든지 그 녀석에게 모든 대장이 붙어야 했습니다. 조금 힘들었긴 했지만, 다행히 인명사고는 나지 않아서 어쩐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껴습니다. 팔조령을 넘고, 대구로 가는 길은 힘들었습니다. 아이들도 하나 둘 지쳐가고, 졸면서 걷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가며 겨우 겨우 걸어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뒤로 쳐져도 앞에서 기다리면서, 서로 뭉치며 겨우 걸었습니다. 승호와 병우는 서로를 깨워가면서 걷고, 잘 못 걷는 준현이도 쳐지지 않고, 걸어나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걸어가며 대구에 왔건만...... 대구는 서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신호등과 자동차들...... 높이 솟은 빌딩들...... 어쩐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걸어간다는 것도...... 한성 옛 길을 찾는 것도 의미가 없을 만큼 대구는 다른 도시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변한다는 것은 바람직하기도 하지만(물론 좋은 방향일 경우에만 말이죠) 때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요. 대구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느꼈습니다. 도시가 발달하고, 사람살기에 편리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굳이 변할 필요가 없는 것도 변했다는 느낌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저만의 생각이고 욕심일까요? 옛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변하기를 바라는 생각과 좋은 점은 그대로 유지하였으면 하는 생각. 물론 둘 다를 이룬다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물론 부모님들도 그런 생각이겠지요. 동작이 느린 아이는 조금 빠릿하게 움직였으면 하고, 쉽게 포기하고 퍼지는 아이는 악으로라도 버티기를 바라고...... 이기적인 아이는 조금이라도 남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떻게 생각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바라고, 그렇게 만든다는 것도 무리겠지요. 하지만 한 사람이 잘못하면 전체기합을 받고,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기다리고,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동료들과 함께 하게 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이 좋은 쪽으로 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어쩌면 이것이 이번 종주의 진정한 목적일 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많이 변해버린 길을 걸으며, 무엇인가를 찾는 다는 것. 그것이 저희하고, 아이들하고는 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길을 걸으며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좋은 쪽으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조급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이들에게 아쉬움이 묻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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