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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담 군의 국토 종단 소감문] 17일간의 고행길
김도담(군남초 6)
2005년 02월 04일 (금) | PDF (760호)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17일간의 국토종단을 함께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줄 맨왼쪽이 도담이.  
 

1월3일부터 1월19일까지 한국탐험연맹에서 주최하는 국토 종단을 다녀왔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서, 한라산을 정복하고 제주 관광과

마라도 탐사를 한 후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옛날 선비들이 과거 보러가던 옛길(영남대로)을 따라 걸어서 서울까지 왔다.

처음에 엄마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는 16박17일짜리 국토종단 여행을

신청한다고 했을 때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주도를 거쳐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여km에 달하는 영남대로의 험준함을 아직 철없던 나는 그저

재미있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인천에서 제주도행 배를 탈 때까지도 나는 벌써부터 ‘집에 가서 뭐라고 자랑할까'

하는 생각만 차 있었다. 집에 가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는데 마음은 벌써 집으로

가있는 열세살짜리 철부지(?)는 드디어 제주도에 상륙하였다.

제주도에서의 며칠도 쉬웠다.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며 박물관, 녹차밭, 수목원,

한라산 등 여러곳을 구경하며 다녔다. 다만, 한라산은 좀 힘들었고

백록담까지 정복한 나는 사기충천해서 더욱더 열이 올랐다.

제주도에서의 4박5일이 끝나고 부산에 상륙해서 양산까지 걸어갔는데 그때

나는 속으로 ‘어휴∼ 오늘 무지 많이 걸었다'하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저녁에

지도를 꺼내 펼쳐 본 순간, 나는 눈이 호두알만해졌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한 길이 다른 코스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짧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걸을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구부정하게

걸었고 국토종단을 ‘즐기는’것이 아니라 16박17일 동안 ‘버티기’식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밀양을 지나고 경상남도에서 경상북도로 도경계를 넘어설 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엄마는 모든 것을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하라 했었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부터 나는 도와 시를 하나씩 정복할 때마다 이것은

하나의 재미있는 ‘땅따먹기’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국토종단도 조금씩 ‘즐기는’쪽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처음엔 힘들었던 국토종단도 점점 재미있는 쪽으로 진전되어가고 있었다.

대구에서 연대별로 산꼭대기까지 누가 먼저 들어가나 시합하여 상품으로

사탕도 받고, 충주에서는 그 유명한 충주사과를 간식으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또 밤에 가끔씩 몰래 초콜릿과 과자를 까먹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민가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우리는 거의 마을회관이나 학교에서 잤었다.)

그곳의 주인인 홍성오 장로께서 어릴때부터 환갑때까지 자신의 인생을 기록한 책을

우리에게 나눠 주셨다. 그 책은 지금 우리집에 있다. 홍성오 장로님의 자택에서

묵을 때 장기자랑으로 초코파이를 2개나 먹었는데 나중에 한개 반을 더 먹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가끔 심하게 벌을 받거나 괴로울 때도 많았다.

문경새재를 넘을 때 단체로 어깨동무 상태로 오리걸음을 했으며 양산에서도

오리걸음을 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벌은 예사였다.

그 벌은 거의 매일 받았었다. 또 어느 강가를 걸을 때, 갑자기 윗도리를 벗고

바지도 걷고 그 살얼음 낀 강물에 머리감고 세수하고 발도 씻으라고 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문경새재에서 벌을 받은 직후에 가족들이

쓴 편지를 받았는데 애들은 막 울었다.

나는 참아서 한방울밖에 눈물이 안 나왔다. 가까스로 경복궁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가 승리하였고 이 험난한 땅따먹기 게임은

막을 내렸다. 국토종단을 할 때에는 힘들었는데 와서 돌이켜 보니,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이라 믿게 되었다.

우선 편식이 없어졌고(하도 배고팠기 때문일거다), 숙제나 할 일을 열심히

하게 되고 방학 때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았으며 나의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좀더 강인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 추억도 많이 남겨주었다. 충주에서 먹던 기막힌 사과 맛이며 과자 까먹기,

벌받던 씁쓸한 기억, 그동안 사귄 친구들…. 나도 순원이라는 친구를 한 명 사귀었다.

약간 통통하고 성격 순한 친구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권할만한 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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